[클레임톡] “새해에는 결심 이루세요”
[뉴스클레임]
세종대왕 때 양성지(梁誠之)라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유능하고 뛰어난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성지의 손자 양충의(梁忠義)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40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손자라는 손가락질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랬던 양충의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책 보따리를 싸들고 북한산에 있는 중흥사(中興寺)라는 절로 들어갔습니다.
양충의는 절에 들어서면서 왼손가락을 오므려서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학문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는 손을 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책과 씨름을 했습니다.
나이 40이었으니 물론 처자식도 있었습니다. 양충의가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소식이 장인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소식을 들은 장인은 붓과 먹, 종이 등 문방구를 한 짐 싸서 양충의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글 하나를 동봉했습니다.
“양충의사십(梁忠義四十), 독서산당(讀書山堂), 오호만의(嗚呼晩矣).”
‘양충의가 나이 40이 되어서야 산당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구나. 그러나, 좀 늦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조롱’ 비슷한 글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장인이 보내준 이 글이 널리 알려지면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양충의는 달랐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주먹을 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단한 결심이었습니다.
양충의는 매일 책만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마침내 ‘문리(文理)’가 트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학문을 이룬 양충의는 무난히 과거에 급제할 수 있었습니다. 중종 19년이었습니다.
양충의는 그러고 나서야 쥐고 있던 주먹을 폈습니다. 그러나 쉽게 펴지지 않았습니다. 쥐고 있던 주먹이 굳어버리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 손톱이 자라서 손바닥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일화에서 나온 말이 ‘조갑천장(爪甲穿掌)’입니다. 손톱이 자라서 손바닥을 뚫었다는 말입니다. 이후 ‘독한 결심’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양충의는 늦은 나이에 공무원이 되었지만,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중종 37년에 사망할 때까지 국가를 위해 일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평생 걸려도 못할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새해 들어 이런저런 결심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운동으로 살을 빼서 건강해져야겠다, 술과 담배를 끊어야겠다, 저축 좀 해야겠다, 공부해야겠다,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등등입니다. 그랬다가 슬그머니 포기하는 사람 역시 많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게 있습니다. 음력으로 새해를 또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날입니다. 설날을 맞았으니 이제 ‘진짜’ 청룡의 해가 된 셈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결심하는 것입니다. 양충의도 늦어서야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조갑천장’ 이야기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는 결심을 꼭 이루기 바랍니다. 그리고 복도 넉넉하게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