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밸류업 프로그램 ‘비용’
[뉴스클레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우리 증권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세워서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 미흡한 기업은 상장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에서 ‘압박’으로 전환한 셈이다.
어쨌거나,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밸류업 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배당금 지출만 봐도 간단치 않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조사한 76개 대기업의 배당금 규모는 지난달 8일 현재 28조4486억 원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같은 9조8094억 원의 배당금을 지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출하는 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삼성, SK, 현대차, LG 등 17개 그룹이 조기 지급한 납품대금이 9조2000억 원이나 되었다는 한국경제인협회 조사도 있었다. 작년 설 때의 7조3000억 원보다 26% 늘었다고 했다. 장사가 어려웠는데도 이같이 늘어나고 있었다.
배당금 지급은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그래서 정부도 ‘자율적 공시’라고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장폐지 등으로 압박을 가하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가는 돈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다른 돈을 아낄 수밖에 없다. 투자를 덜 하고, 직원도 덜 뽑을 수 있다.
기업의 이익도 새는 돈만큼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줄어든 이익은 주식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빛을 잃을 수 있다. 주가 하락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기업의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경우, 신용등급이 깎일 수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이 저하되면 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투자도 고용도 확대하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산업 설비투자는 5.6% 감소했다. 청년과 40대의 일자리는 빠듯한 현실이다.
▲기업은 악화된 수지를 만회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는 제품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은행의 경우는 수수료 등의 인상을 통해 고객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이는 물가관리에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제품가격을 올리면 판매가 부진해질 수 있다.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다. 내수가 위축되면 경기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기업은 또 타격이다. 장사가 안되면 투자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주가 하락과 투자 위축 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
그러면, ‘밸류업’ 되었던 기업가치가 ‘원위치’될 수 있다. 압박이 능사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