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선거판 ‘금적금왕’ 작전
[뉴스클레임] ‘36계 병법’ 가운데 18번째에 ‘금적금왕(擒賊擒王)’이 있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 적장부터 잡는 병법이다. 적장을 잡으면 적 전체를 수월하게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전법이다.
‘금적금왕’의 사례는 고구려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구려를 침략한 수나라 양제는 지휘관들에게 고구려 임금 영양왕과 을지문덕을 반드시 생포하라고 명령했다. 양제는 적장을 잡아서 적을 굴복시키는 금적금왕 병법을 꿰뚫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수나라 장군 우중문(于仲文)은 항복하겠다고 스스로 찾아온 을지문덕을 그냥 보내주고 말았다. 뒤늦게 추격하려고 했지만, 을지문덕은 잡혀줄 리가 없었다.
을지문덕은 ‘거짓 항복’으로 수나라 군사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유인작전’을 폈다. 하루에 7번을 싸워 7번을 져주면서 후퇴를 거듭했다.
적장인 우중문에게 시(詩) 한 수를 보내서 조롱하기도 했다. “싸워서 이긴 공이 이미 높아졌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그치기 바라노라(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우중문이 더욱 열을 받도록 만든 것이다.
결과는 수나라의 참패였다. ‘살수대첩’에서 30만5000명이나 되는 군사 가운데 생존자가 27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금적금왕’에 실패한 우중문은 ‘패장’이 되어야 했다.
그들에게는 ‘살수’라는 강 이름 자체가 ‘치욕’이었다. 그래서인지, 훗날 살수의 이름을 ‘혼하(渾河)’로 바꿔버렸다. ‘혼하’의 ‘혼(渾)’은 ‘군사(軍)들이 물(水)에 빠졌다’는 얘기다.
그 ‘혼하’는 지금도 만주벌판을 흐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살수를 남쪽으로 1000리나 끌어내려서 북한에 있는 청천강이라고 배우고 있다. 바로잡아야 할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총선을 앞둔 선거판의 전략이 마치 ‘금적금왕’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집요하게 공략하는 게 그렇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시장을 지낸 경기도 성남을 찾아서는 “나는 성남에 있고 이 대표는 서초동 법정에 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명칭을 ‘재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말실수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2찍’ 발언을 “인종차별에 준하는 망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맞짱토론을 하려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을 향해서는 “썩은 물 공천, 고인 물 공천, 입틀막 공천을 하는 자신들을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또,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국정농단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까지 싸잡아 비판한 ‘양수겸장’이었다. 원 전 장관도 금적금왕으로 지지율이 좀 앞서는 이 대표를 비난하고 있다.
‘김혜경 여사 비서 표현 논란’과 관련, 민주당이 한 위원장을 고발하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맞고발하고 있다. 선거판은 점점 진흙탕을 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