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임톡] ‘연장전 재시합’ 벚꽃축제
[뉴스클레임]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의 일정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이다. 교통통제 기간을 4일 오후 10시에서 8일 오후 2시까지로 늦췄다는 것이다. 잦은 비와 적은 일조량 때문에 꽃망울이 지난해보다 약 5일 정도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벚꽃길에 있는 피크닉 쉼터와, 포토존, 화장실, 아기 쉼터, 의료상황실 등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운영도 연장하고 있다.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연장전’이라고 할 것이다.
‘연장전’은 더 있다. 경북 안동시도 지난달 27일부터 닷새 동안 열기로 했던 안동벚꽃축제를 7일까지 연장했다는 보도다.
‘재시합’도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는 지난달 30∼31일 열었던 ‘제1회 2024 영랑호 벚꽃축제’를 이달 6~7일에 한 번 더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일부 포토존과 야간 조명존 조성, 친환경 체험 및 버스킹 공연 등을 한 차례 더 운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속초시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한다.
‘연장전’은 2022년에도 있었다. 여의도 벚꽃축제를 3월 31일에 개방하겠다고 했다가, 제대로 개화하지 않았다며 4월 2일로 늦추더니, 다시 1주일 연기한 것이다.
희한한 벚꽃축제는 더 있었다. ‘추첨식 벚꽃축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서울시가 개발한 방법이다. 추첨을 통해 3500명만 벚꽃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리 두기 벚꽃 구경’도 있었다. ‘진해 군항제’가 코로나19로 2년 연속 취소되면서 ‘벚꽃 명소’를 폐쇄하지는 않는 대신, 주차장과 화장실 등 관광객 편의시설은 제공하지 않는 ‘벚꽃 구경’이었다. 그러면서 ‘거리 두기’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계도할 것이라고 했었다.
청주의 ‘무심천 벚꽃’도 ‘거리 두기’였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했고, 2m 이상 간격 유지, 주·정차 금지, 노점상 영업금지, 음식물 취식 금지,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집합금지 등의 조치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겨울 벚꽃놀이’도 있다. LED 조명으로 벚꽃을 연출하는 것이다. ‘미리 만나는 벚꽃의 빛축제’라고 했다. ‘벚꽃마라톤대회’도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벚꽃에 빠지고 있다. 몇 해 전 보도에 따르면, 전국에서 ‘벚꽃’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22개나 되고 있다. 이 가운데 77.3%인 17개는 축제 이름에 ‘벚꽃’을 붙이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언론도 빠질 수 없다. 해마다 3월 하순쯤 되면 벚꽃이 언제 활짝 열린다는 ‘중계’를 거르지 않고 있다.
아예 ‘일본 원정 벚꽃놀이’까지 즐길 정도다. 여행사들이 벚꽃 투어, 벚꽃 기획전 등의 관광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일부 여행상품은 그대로 ‘완판’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전교조는 지난달 25일 논평을 내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는 최악이었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었다. 그래도 벚꽃이다.
하기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벚꽃이었다. 오염수 방류를 성토하면서도 벚꽃축제는 셍략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무궁화축제’가 대대적으로 열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