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72억 쏟아부어도… 빗나간 출구조사
[뉴스클레임]
여론조사는 민심을 파악하는 수단 중 하나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투표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곤 한다. 이런 여론조사의 결정판은 바로 '출구조사'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투표 내용을 면접조사하는 여론조사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있다.
22대 총선 출구조사는 체면을 구겼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는 선거구가 속출한 것이다. 출구조사와 다른 초접전이 벌어지자 여러 시민들을 어리둥절해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다가 지난 2022년 대선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야단을 떨기도 했다.
이번 22대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 192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는 200석 이상이 예측됐으나 다소 오차가 있었다.
여야 경합지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뒤집힌 지역구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동작을의 경우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개표함을 열어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다. 나 후보는 류 후보를 8.03%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경기 화성을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당선됐다.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최종 결과는 이 대표의 승리였다.
출구조사 예측이 빗나간 이유는 역대 최고치인 31.28%의 사전투표율이 꼽힌다. 사전투표는 출구조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사전투표 참여 유권자 1384만9043명 표심이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략적인 추세나 판세를 볼 수는 있으나 개별 지역구 당락 조사에선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특히 이번에는 60대 이상의 사전투표 비중이 증가한 만큼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득표수가 과소 예측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번번이 빗나가는 출구조사라면 안하는 것보다도 못하다. 이번 출구조사 사업비만도 72억8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해야 하는데 이정도로 정확도와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초에 제대로 된 여론조사, 출구조사가 실시됐냐는 의문만 더 피어난다.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제고하고 방송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입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