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임금 비판하는 일곱 신하
[뉴스클레임] 제나라 때 맹상군(孟嘗君)은 조나라 평원군(平原君), 위나라 신릉군(信陵君), 초나라 춘신군(春申君)과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졌던 전국시대의 실력자였다.
그 맹상군에게는 식객(食客)이 자그마치 3000명이나 있었다. 그중에는 희한한 ‘주특기’를 가진 식객이 많았다.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에서 보듯, 도둑질 잘하는 식객과 닭 울음소리를 내는 식객도 있었다. 맹상군은 그 식객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하후장(夏侯章)이라는 식객도 독특했다. 하후장은 입만 열었다 하면 맹상군을 비난했다. ‘이게 잘못되었다, 저게 잘못되었다’ 하면서 따지고 비판만 했다.
좋은 소리도 자주 들으면 싫어지는 법이라고 했다. 싫은 소리, 쓴소리가 좋을 수는 없었다. 맹상군으로서는 귀찮은 식객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맹상군은 하후장을 오히려 우대했다. ‘월급’으로 ‘말 4마리분의 사료와 100사람분의 식량’을 지급했다.
그런 맹상군의 처사를 놓고 입방아가 간단치 않았다. 누구는 맹상군을 위해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있는데, 하후장은 매일같이 쓴소리, 잔소리만 늘어놓으면서도 넉넉한 월급을 챙기고 있다고 투덜댄 것이다.
어떤 식객은 하후장을 쫓아내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맹상군은 단호했다.
“나는 하후장에게 적절한 대접을 해주고 있다.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라.”
하후장 역시 당당했다. 자기가 맹상군을 비난하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맹상군은 나에게 많은 월급을 주고 있다. 나는 공도 세우지 못하며 월급을 축내고 있다. 내가 맹상군을 비난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고 싶어서다.… 더구나 맹상군은 싫은 소리를 해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의 비판 덕분에 맹상군의 덕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조선 때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은 이렇게 말했다.
“임금을 비판하는 신하가 7명만 있어도 된다고 공자가 말한 바 있다. ‘쟁신칠인(爭臣七人)’이 있으면, 임금이 비록 무도(無道)하더라도 천하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헸다. 그러므로 임금은 자신을 비판하는 신하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해야 한다. 임금이 비판을 받아들여 실행한다면 어찌 신하가 7명에 그칠 것인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화를 내고 벌을 준다면 7명의 신하도 얻기 힘들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판단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틀리면 기업은 비틀거릴 수 있다. 사령관의 지시가 잘못되면 군대가 전멸할 수 있다. 국가도 다를 수 없다. 정책이 흔들리면 국민은 고달파질 수 있다.
리더의 판단이 옳으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틀렸을 경우 바로잡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 필요성을 모를 리 없다. 윤석열 정부 초, 쓴소리를 담당하는 ‘레드팀(red team)’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총선 참패’가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그 민심을 윤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줄 ‘비판하는 7명’에 대한 인사가 궁금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