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통령과 ‘레드 퀸 효과’
[뉴스클레임] ‘레드 퀸 효과’라는 게 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은 루이스 캐럴(1832~1898)이 속편으로 내놓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앨리스는 여왕 ‘레드 퀸’의 손을 잡고 숲속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앨리스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그 이유를 여왕에게 묻는다.
그러자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라야 한다.’
여왕이 내세운 가설을 생물학자들이 공진화 이론으로 체계화했고, 그 결과 ‘레드 퀸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자기 스스로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에서 더 빨리 달린다면 그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낙오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곧 만날 것이라는 소식에 ‘검색’해보는 ‘레드 퀸 효과’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했다고 한다.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형사 피고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만나지 않아 왔다고 했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이었다.
민생은 그 바람에 곯아야 했다. 말로만 민생이었다. 윤 대통령은 가장 최근인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언젠가 국민이 들어봤던 말을 또 꺼내고 있었다.
고달파진 민생은 결국 정권을 ‘표’로 심판했다. 여당은 4·10총선에서 참패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이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레임덕’ 수준인 23%까지 추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지지층은 가정주부와 무직, 은퇴층으로 좁혀졌다”고 비하성으로 꼬집을 정도로 민심을 잃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간단치 않았다. 국민의힘 원로들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윤 대통령의 불통과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공개 사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이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한 것은 그나마 바람직했다. 스스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 너무 늦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초고속’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레드 퀸 효과’처럼, ‘저속도’로 변화하면 제자리걸음처럼 보일 수 있다. 레드 퀸 여왕이 앨리스에게 해준 말처럼,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빠르게’ 변해야 국민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야 민생도 나아질 수 있다.
이미 2년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3년이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