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의료과오’ 사망 4만 명?

2024-05-02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뉴스클레임]  우리는 조선 시대의 명의로 허준(許浚 15391615)을 꼽는다.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세종대왕 때에도 뛰어난 명의가 있었다. 노중례(盧重禮 ?1452).

노중례는 의방유취(醫方類聚)’를 저술했다. ‘의방유취는 방대한 내용의 의학을 265권에 걸쳐서 다룬 백과사전이다.

서양에서는 1807년에야 고작 7권짜리 의학 사전이 발간되었다고 한다. 이보다 몇 세기나 앞선 의방유취는 양과 질 면에서 상대가 될 수 없는 대작이었다.

이 노중례의 일화다.

어떤 사람이 고열과 두통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의사들이 보더니 모두 열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결국, 노중례가 나서게 되었다. 노중례는 환자의 맥을 짚어보더니,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생긴 상처 때문에 얻은 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환자는 그런 기억이 없었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오래전에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던 사실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노중례는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맥 한번 짚어보고 알아냈을 정도의 명의였다.

환자는 노중례가 처방한 약 2첩을 복용하고 곧 회복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명의가 있었다.

오늘날은 어떤가.

지난 2012,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의료진의 잘못 또는 부주의로 의한 환자 위해 사고로 연간 4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통계연보를 활용해서 분석한 결과,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 병원 입원 환자 5744566명 가운데 9.2%가 환자 위해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7.4%39109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6830명의 5.7, 산업재해 사망자 2089명의 18.7배나 되는 것이라고 했다.

, ‘의료과오가 발생한 뒤 사후 대응을 잘했다면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가 사망자의 43.5%17012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었다.

본래의 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망한 셈이라는 것이다. 그 원인은 다른 약 처치 또는 용량 초과 등 투약 실수, 다른 혈액형 수혈, 엉뚱한 장기 절제 등 수술 과오, 침상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낙상 사고 등이라고 했다.

그 한 해 전인 2009년에도 의료과오에 의한 사망자가 36473명이었다고 했다. ‘의료 사고얘기는 가끔 듣고 있지만, 사망자가 4만 명 가깝다는 게 놀라웠다. 아직도 유효한 숫자인지 궁금해지고 있다.

지금은 더 보태야 할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어떤 50대 환자의 경우, 부산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15군데나 돌아다녔다고 했다. 울산으로 이송, 어렵게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끝내 숨졌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줄을 잇는데도, 대형병원 소속 교수들은 휴진을 결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할 경우 정부와 싸우겠다고 선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