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행] 이천리 해파랑길…해파랑길 10코스 멋진 바위와 주상절리를 보며 울산에서 경주로 넘어가는 해변 길
[뉴스클레임]
해파랑길 10코스에서 울산을 떠나 경주로 들어간다. 울산광역시의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북단의 정자항에서 경주시 양남면의 나아해변까지 13km의 길은 바닷가를 떠나지 않으며 곳곳에 자리 잡은 기암괴석과 각양각색의 바다 주상절리를 보여준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걷기 시작해 10월 28일까지 3일 동안 8코스와 9코스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하루 10km씩 걸었다. 29일은 4일째 되는 날이었지만 피곤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걸은 적이 없는 터라 이날도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울산 북단의 강동신도시 앞 강동몽돌해변에 섰다. 산을 오르내리는 어려운 구간 없이 바닷가를 따라 4시간쯤 걷고 집으로 돌아가 며칠 쉬며 다음 걷기 여행 계획을 짤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바람이 제법 불어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오는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앉아 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정자항은 제법 규모가 크다. 신도시 개발 이후 유입인구 증가에 대비해 방파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두었고, 크고 작은 식당들도 다양해 한 번쯤 다니러 갈만한 곳이다.
그러나 이날 마음이 바빠 항구의 풍경에는 시간을 쓰지 못했다. 오륙도를 떠난 뒤 이미 크고 작은 항구를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에 흥미를 잃은 탓이기도 했다. 파도, 갈매기, 하늘, 바다를 잠시 바라보고, 다시는 오지 못할 수도 있는 해변에 미련을 두지 않고 걸어 나갔다.
그렇게 호기로운 걸음이었지만 신도시가 끝나기도 전에 멈추었다. 씩씩한 바위가 소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못 본체 지나갈 수 없는 자태였다.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며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잇달아 나타나는 바위들 역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높이 높이 올라가는 신도시의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파제를 설치하고, 흙과 돌을 깎아 길을 내면서도 차마 헐어내지 못한 바위들이었다.
바닷가의 바위들을 바라보며 5km쯤 걸어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들어섰다. 동해안에는 규모가 큰 항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촌마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촌이라기보다는 관광지에 더 가깝다. 잇달아 나타나는 멋진 바위만큼이나 펜션과 카페 횟집이 끝없이 보인다. 대부분의 식당은 관광객을 상대로 식사보다는 적지 않은 가격의 회를 내고 있어 가볍게 점심 식사할 만한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직 바다에 의지해 살던 옛 어촌시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바닷가의 고목과 커다란 바위엔 제단과 금줄이 보이고, 바다를 메운 탓에 이제는 바닷가가 아니라 길 가운데 앉은 바위는 담장을 두르고 있다. 양남면 수렴리의 할매바위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길가에 서 여전히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영험한 바위다. 지극한 마음으로 소원하면 들어준다는 이 바위 앞에는 이날도 누군가 막걸리와 종이컵과 안주를 놓고 지극한 마음으로 무엇인가 소원하고 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울산의 정자항을 출발해 약 10km를 걸어 경주의 하서항을 지나면서 바다의 주상절리를 만났다. 제주도를 포함해 국내 대부분의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서서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곳 양남면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1km의 해안에서 보이는 주상절리는 기울어져 있거나, 누워있거나, 위로 솟아 있거나, 또는 부채꼴의 형태를 보이는 등 그 모양이 다양하다.
바닷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고, 때로는 파도를 부수며 포말을 쏟아내는 주상절리와 그에 못지않은 바위를 살피느라 걸음이 가벼웠다. 겨우 1km의 해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는 볼 수 있는 곳도 드물 듯하다.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빤히 보이는 나아해변에서 해파랑길 10코스 걷기를 마무리했다. 한적하고 편안한 해변이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