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정치판과 로또판
[뉴스클레임] 고대 중국의 ‘뛰어난 장사꾼’ 여불위(呂不韋 ?∼BC 235)는 야심이 컸다. 어느 날, ‘선배 장사꾼’인 부친에게 물었다.
“농사를 지으면 몇 배를 남길 수 있습니까?”
부친이 대답했다.
“10배쯤 남길 수 있다.”
여불위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보석을 사서 모으면 몇 배 장사가 될까요?”
부친은 “100배”라고 대답했다.
여불위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임금을 만들면 얼마나 벌 수 있겠습니까?”
부친이 다시 대답했다.
“그건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자, 여불위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아버님, 제가 그 일을 꼭 해내겠습니다.”
여불위는 생각해둔 게 있었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작전’이다. 그 대상은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있는 진나라 왕족 자초였다. 사업을 하려고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갔다가 자초를 ‘발견’한 것이다.
여불위는 자초를 보는 순간 느꼈다. “이 진귀한 ‘물건’은 사서 간직해둘 만하구나.”
이유가 있었다. 자초의 부친이 왕위를 물려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차례는 자초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한가지 문제는 있었다. 자초는 ‘서자’이기 때문에 서열에서 밀린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일 듯했다.
당시 자초는 넉넉하지 못한 상태였다. 객지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돈’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여불위는 그런 자초와 만나 ‘상담’을 했다. 자초는 자신이 임금이 될 수 있다면, “나라의 절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여불위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임금 만들기 작전에 나섰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기화가거(奇貨可居)’다.
여불위의 예상대로, 자초의 부친은 임금이 되었다. 그리고 자초를 태자로 봉했다. 일이 빨리 풀리려는지 자초의 부친은 곧 사망하고 말았다. 평소에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초는 임금 자리에 올라 진나라 ‘장양왕’이 되었다. 약속대로 여불위를 승상으로 임명하고 ‘문신후’로 봉했다. 그러면서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내려줬다. 여불위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 자초도 3년 후에 죽고, 아들 ‘정’이 13살에 왕위를 물려받아 임금이 되었다. 훗날의 ‘진시황’이 등장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복권’에 비유했다는 보도다. 방송에 출연, “긁어서 꽝이 나온 복권을 왜 다시 긁어야 하는 거냐”고 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도전을 만류하는 발언이었겠지만, ‘무리한 비유’라고 할 만했다. 복권은 ‘요행’을 바라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한 전 비대위원장도 큰 뜻을 품고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혹시나’ 하면서 ‘요행’을 노렸을 리는 없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에서 참패하지 않고 승리했다면, 복권을 제대로 긁어서 당첨되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긁는 복권’이 아닌 ‘로또’의 경우도 가장 최근의 1등 당첨금은 14억여 원이다. ‘기화가거’는 아득한 ‘여불위 시대’에나 가능했을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