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서야 자식 군대 보내겠나
[뉴스클레임]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잠 못 이룰 일이 다시 한 번 터졌다. 세종시에서 신병교육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신병교육을 받던 훈련병이 이른바 '얼차려'를 받다 세상을 떠났다.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군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니, 어느 부모가 맘 편히 국가에 자식을 맡길 수 있을까. 이런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25일 숨졌다. 당시 훈련병은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그러던 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다른 훈련병들이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집행간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완전군장 착용 하 뜀걸음, 팝굽혀펴기, 선착순 뛰기 등도 실시했다는 새로운 제보가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분노케 한 건 고작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무리한 군기 훈련을 시켰다는 점이다. 부검 결과 사망 훈련병은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런 고강도 운동으로 인해 횡문근에 에너지와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근육이 녹는 질환을 말한다. 정말 떠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얼차려를 부여했다면 이는 가혹행위나 다름없다.
군인권센터도 규정을 위반해 이상 건강 상태에도 강행된 얼차려는 분명한 '사망 원인 범죄'라고 밝혔다. 완전군장을 차고 뜀걸음을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행위, 선착순 뛰기가 모두 규정에 없는 위법한 얼차려 부과라며 '군기훈련'이 아닌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라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위법행위가 훈련병의 질병 악화 등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르렀다면 상해치사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훈련병 사망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얕은 수로 상황을 모면해보려 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육군은 변사사건수사에 돌입해 관련자들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누가 무리한 얼차려를 부여하도록 명령하고 집행을 감독했는지 확인해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직권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군 당국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청년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