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기업 파업, 의사 파업
[뉴스클레임]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손해를 보는 쪽은 대체로 기업이었다.
파업하는 동안 노조의 조합원은 일손을 놓아버렸다. 그러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될 만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을 제쳐도 않아도 월급은 제대로 지급되었다.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었다.
노조가 파업하는 동안 새로운 직원을 고용해서 일하도록 하기도 힘들었다. ‘대체고용’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노조의 파업은 고스란히 생산 차질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와 인건비 지급이라는 ‘이중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랬으니, 노사협상은 주로 노조의 승리였다. 기업은 임금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결국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후반 이른바 ‘6·29 민주화’ 이후 기업은 임금을 해마다 많이 올려줘야 했다.
기업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를 늘렸다. 껄끄러운 노조의 부담을 피해서 밖에 나가서 공장을 돌린 것이다. 해외 공장은 인건비도 저렴했다.
기업은 또 고용 부담이 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채우려 했다. 그런 결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졌다. 비정규직 문제도 따지고 보면 노사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기업도 영향을 미쳤다. 불황이 닥치면 장사하기 어려운데 ‘고용 경직성’이 큰 정규직 직원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더욱 늘렸다.
그러고도 더 있었다. 대기업은 노조 때문에 생긴 손실을 납품 단가를 깎는 등의 방법으로 거래 중소기업이나 하청기업에 전가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보다 ‘지급능력’이 뒤지는 중소기업에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대기업은 노조의 파업으로 임금을 올리고, 중소기업은 덜 올린 결과는 임금 격차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대기업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정도로 임금구조가 틀어진 것이다.
이렇게 임금 격차가 심해지면서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중소기업은 그 때문에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는 청년실업이 심화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되었다. 취직을 포기하더라도 월급이 적은 중소기업에는 입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노동시장이 이처럼 왜곡된 것은 대기업 노조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사상 첫 파업이다. ‘국내 최고 기업’의 파업이라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무노동 무임금 파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닮은꼴인 파업은 또 있다. 의사들의 파업이다. 노조는 기업에 항복을 요구하고. 의사는 정부에 항복을 요구하는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대기업 노조는 비정규직을 애먹였다. 의사들은 환자를 잡으려 하고 있다.
기업이 없으면 노조도 존재할 수 없다. 환자가 전멸하면 의사도 굶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파업이다.
진짜 파업해야 할 노동자는 따로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다. 이들은 파업을 강행할 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