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살인죄 수사의뢰에… "처벌 아닌 보건의료 가이드 마련 촉구"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임신중지에 ‘살인죄’ 수사 의뢰한 보건복지부 규탄"
[뉴스클레임]
시민사회단체가 임신중지에 '살인죄' 수사를 외뢰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플랫폼C,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홈리스행동 등은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 5년 동안 최소한의 보건의료 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법적 타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임신중지에 ‘살인죄’를 운운하며 수사를 의뢰한 보건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업로드 됐던 한 여성의 임신 36주 차 임신중지 수술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살인죄' 혐의를 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단체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 형법 ‘낙태죄’가 실효를 잃고 비범죄화가 이뤄진 지 4년 차가 돼 가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가 그 어느 순간보다 발 빠르게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운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다수의 언론 보도와 달리 임신 후기 임신중지는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기 임신중지는 '낙태죄'가 살아있던 시기에도 존재했다. 이는 임신 기간에 따라 처벌 기준을 달리하거나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벌은 후기 임신중지를 전혀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은 처벌 여부에 따라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출산과 양육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의 다양한 상황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문제가 된 영상의 진위 여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낙태죄'의 폐지 이전에도,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명권과 선택권을 법적 처벌 기준으로 저울질할 문제가 아닌 실질적인 여건을 바꿔나가야할 구가의 책임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어떠한 임신중지의 상황에서든, 누구나 다양한 지원 체계를 고려하고, 안전하게 임신중지 또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계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자 앞으로의 방향이 돼야 한다"며 "국회는 지금까지의 낡은 형법-모자보건법의 틀을 버리고,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생명권의 보장은 태어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과 사회적 여건 속에서 논의돼야 하며, 이는 임신중지 결정을 둘러싼 상황들 속에 이미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즉각 수사의뢰를 철회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