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행] 걸음마다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길
이천리 해파랑길 해파랑길18코스
[뉴스클레임]
해파랑길18코스는 칠포해변에서 화진해변까지 약 19km의 길이다. 널리 알려진 명소는 없지만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과 포구가 연이어 반기고, 걷는 이의 눈길을 끄는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제법 먼 길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이 해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걷기 어렵지는 않다. 이 구간을 벗어나면 다음 코스는 영덕의 길을 걷는다.
온종일 걷기 둘째 날이어서 19km의 거리는 걷기에 앞서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전날 칠포해변에서 17코스를 끝내고 조금 더 걷고자 했지만 2km도 채 걷지 못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하고 칠포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칠포항을 지나 마을을 돌아나가는데 바닷가에 멋진 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저만치에 바다로 향해 설치된 전망대가 보인다. 영일만북파랑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과거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던 시절 해안경비를 위한 이동로로 사용되었던 길이었다고 한다.
칠포에는 조선시대 수군의 진지가 있던 군사요새였으며 7곳의 포대가 있는 성이라 해 칠포성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른 설명으로는 절골에 옻나무가 많고 해안의 바위와 바다색이 옻칠한 듯 검어서 칠포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명도 있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외진 어촌마을인데 마을이 번듯한 이유가 과거 여기에 수군만호진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칠포마을 뒤의 산 너머에는 마치 커다란 분화구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평야가 있는데 이곳이 흥해다. 먼 옛날 호수였던 이 분지의 동쪽, 칠포해수욕장 인근의 산을 절단해 물을 동해로 흘려보내 평야가 되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해오름전망대에 오르니 전 날 지났던 포항신항 건설 공사 중인 크레인이 어렴풋 보인다. 눈앞에 거칠 것 하나 없이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 가까이 전망대 아래의 바다에는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고 해안 가까이엔 물과 바람에 깎이고 있는 붉은 색의 무른 바위가 서 있다.
다음 마을이 오도리인데 여기까지 약 1km의 길은 바닷가 벼랑 위의 오솔길이다. 오도리의 작은 포구 가까이에서 바닷가로 내려서서 보니 넓은 암반이 웅장하게 바닷가에 펼쳐져 있다. 포구 앞 바다에 주상절리가 있다고는 하는데 보이지는 않는다. 해파랑길을 걸어 올라오며 기기묘묘한 주상절리를 보아 호기심이 일지 않아 찾아보려 시간을 쓰지는 않았다.
오도리의 해변은 작은 간이해수욕장인데도 칠포해수욕장보다 화려했다. 민박과 펜션은 물론 카페와 식당이 많이 보인다. 파도와 바람을 막기 위해 높은 돌담 안에 숨은 듯 서있는 옛날 집들은 더러 허물어져가기도 하고 더러는 아직 허리 굽은 노인이 사는 듯 하지만 머지않아 모두 헐리고 카페나 숙박시설이 들어설 듯하다.
때로는 바닷가에서 꽤 멀리까지, 때로는 가까이 낮은 바위 암반이 펼쳐져 있다. 기묘한 바위들과 암반 덕에 해변의 경치는 제법 볼만해서 카페와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바닷가를 점령하고 있다. 청진리 포구를 지나다 숙박시설을 짊어지고 있는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연인바위라며 돌에 그 내력을 새겨 두었다.
멀고 먼 옛날 이 지역 부족장의 딸 혜수가는 다른 부족과 오랜 전쟁에 패하여 이곳 대고지 해변으로 도망 오다가 추격군의 화살에 맞아 머리에 큰 구멍이 나는 중상을 입었다. 위급한 이 상황을 본 마을 청년 무도는 추격군을 물리치고 해수가를 구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보낸 추격군에게 포위되어 백일 동안 저항하다가 죽으면서, 꼭 껴안은 채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청진리 포구를 지나도 바닷가의 너럭바위와 온갖 형상의 화려한 기암괴석은 끝없이 나타났다. 해수욕장보다는 바위가 아름다운 해변에 카페와 숙박시설이 더 많이 보인다. 바위와 괴석이 식상해질 때 쯤 어느 집 문 앞과 담장의 기와그림과 점토인형이 보여, 사진을 찍고 이리 저리 살피며 쉬었다.
‘5인의해병순직비’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1965년 12월 30 해룡작전을 수행하던 중 거센 파도에 휩싸여 꽃다운 청춘을 바친 해병대원 5명의 넋을 기리고자 세운 비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평화와 행복한 삶을 얻었는지 때로 잊는다.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