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경험, 女 비중 男보다 높아

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검토 토론회 "ILO 190호 협약 비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높여야”

2024-08-11     김성훈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검토 토론회'. 사진=한국노총

[뉴스클레임]

지난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괴롭힘 때문에 출근이 두렵고 동료가 무섭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괴롭힘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떠밀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노총 조합원 10명 중 6명이 최근 3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의 81.7%는 대리 이하 하위 직급이었는데,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성에 기반 또는 직장 내 권력과 위치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결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성정책과 더불어 노동정책의 영역에서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7월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괴롭힘학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공동으로 ‘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검토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고, ILO 190호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협약이 채택된 지 5년을 맞이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ILO 190호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법적, 제도적 과제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노총이 지난해 6월 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61.5%는 최근 3년 이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경험률은 여성(68.9%)이 남성(48.8%)보다 더 높았다. 

괴롭힘 유형 가운데 '신체적 폭력 및 위협' 경험률도 남성(14.1%)보다 여성(21.8%)이 더 높았다. 직장 내 언어폭력을 경험한 비중은 남성 37.8%, 여성은 절반을 상회하는 51.2%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비중은 43.4%에 다했다. 특히 여성의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은 남성(27.0%)의 두 배에 달하는 53.0%였다.

직장내 따돌림을 경험한 비중은 남성 32.7%, 여성 43.5%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의 22.4%는 “주 1회 이상 투명인간 취급을 경험했다"도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도 비슷했다. 추정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에 더욱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도 심각했다. 또한 노동시간이 길수록 우울 및 불안장애가 심각해지고, 월평균 임금이 높을수록 그 수준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총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어떠한 요인보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내 성희롱이 우울 및 불안장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일터 괴롭힘 방지를 위한 정책이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 187개국 가운데 44개국에서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 금지(190호) 협약’을 비준한 상태다.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인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는 "190호 협약을 비준하면 일터 안팎에서 폭력과 괴롭힘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며 "성폭력과 괴롭힘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성평등과 여성·취약계층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혜정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은 "ILO 190호 협약에 따라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괴롭힘 규율을 근로자에만 적용하는 근로기준법에서 할 것이 아니라 단독 법률을 제정해 포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