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서민은 이해 어려운 세계’
[뉴스클레임] 몇 해 전, 어떤 장관 후보자가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가 있다”고 했다가 여론의 ‘동네북’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한 달에 ‘3000만 원’의 법무법인 고문료에 대한 해명이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였기 때문이다.
야당은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월수 3000’의 무릉도원을 말하는 것인가” 비난하고 있었다. “장관에 임명된다면 퇴직 후 ‘월수 3억’을 꿈꾸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통계청이 자료를 내놓고 있었다. 월평균 소득 250만 원 미만인 임금근로자가 절반 넘는 51.8%에 달했다는 자료였다.
월평균 250만 원이면, 연 3000만 원이다. 절반 넘는 월급쟁이들이 1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을 돈을 장관 후보자는 ‘불과 한 달 고문료’로 받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민을 잘 모르는 듯한 발언으로 네티즌의 비판을 받은 적 있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였던 2012년에 열렸던 토론회에서였다.
사회자가 후보들에게 “알바 최저시급이 얼마냐”고 질문하자 박 후보는 “5000원 조금 넘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답’은 4580원이었다. 박 후보는 “알바 시급이 5000원도 안 되느냐”며 당황하고 있었다.
어떤 네티즌은 “그 최저시급마저 받지 못하는 알바생이 부지기수”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실제로, ‘높은 사람’들은 최저임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관심이 ‘별로’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서민을 잘 모르는 듯한 얘기가 또 들리고 있다.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며칠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요즘은 아이들 돌이나 백일 때 자녀의 미래를 위해 반지 대신 주식을 사주는데, 이것을 편법 증여로 폄하한다면 이런 부모의 마음은 다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는 보도가 그랬다. 부적절한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자녀에 대한 얘기라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자녀들의 돌 선물로 주식은커녕, 1g짜리 금반지를 찾고 있다. ‘한 돈’인 3.75g짜리 반지가 ‘반 돈’으로 축소되더니, 그 4분의 1인 1g으로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금값이 치솟으면서 더욱 작아지고 있다. 1g이 아닌 ‘0.5g짜리’로 더욱 낮추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살림은 빠듯한데, 1g짜리 돌반지 가격마저 10만 원 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민들에게 ‘한 돈짜리’ 돌반지는 아득한 ‘과거사’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주식’이었다. 여기에 자녀의 주택 ‘갭투자’와 주식 63배 차익이 보태지고 있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대전 MBC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 사용도 간단치 않았다. “단 1만 원도 사적으로 쓴 적이 없다”고 했다지만, 그 사용한 규모가 수천만 원이나 되고 있었다. 유흥주점·골프장·호텔 등에서 썼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어쩌면 ‘전업주부’들이 세일 상품을 사려고 슈퍼에서 줄을 서는 심정을 잘 모를 듯싶었다. 혼자 버는 수입으로는 살림을 꾸리기 어려워서 작년 맞벌이 가구가 48.2%에 달했다는 통계청 통계도 있었다.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는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