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한국, 한국… 또 한국”

2024-07-30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뉴스클레임]  열어구(列禦寇)는 활 솜씨가 대단했다. 명궁이었다.

열어구는 어느 날 백혼무인에게 활 솜씨를 보여주게 되었다. 열어구는 화살 여러 대를 연달아 속사로 날렸다. 화살은 모두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열어구는 물을 가득 채운 잔을 팔꿈치 위에 올려놓고 쐈는데, 그 잔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활 쏘는 모습이 마치 움직이지 않는 인형이었다. 과연, 명궁이었다.

그러나 백혼무인은 시큰둥했다.

그것은 화살을 쏘는 궁술이지, 화살 없이 쏘는 궁술이 아니다. 산꼭대기에서도 제대로 쏠 수 있는지 보자.”

백혼무인은 그러면서 열어구를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갔다. 산 위에는 바위 하나가 더 솟아 있었다. 열어구가 바위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아득한 밑에 깊은 연못이 있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백혼무인이 열어구를 다그쳤다.

한 걸음 앞으로 더 가서 바위 끄트머리에 서라. 거기에서 사격을 해봐라.”

열어구는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가 없었다. 그대로 굴러떨어져서 연못에 빠질 것 같았다. 주저앉아서 벌벌 떨고 말았다. 식은땀이 흘러서 발뒤꿈치까지 적시고 있었다.

백혼무인은 그런 열어구의 속을 긁었다.

()가 지극하게 되면 위로는 끝없는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는 바닥없는 황천을 내려다보면서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너는 무서워서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다. 어떻게 활을 쏠 수 있겠는가.”

우리 여자양궁이 단체전에서 올림픽 10연패를 하게 된 데에는, ‘극한 훈련효과도 있었다고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특별 훈련을 했다는 보도다. 관중의 요란한 함성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번지점프, 혹한기 행군, 최전방 철책 근무 등 지옥훈련도 병행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옷 속에 뱀을 집어넣는 끔찍한 훈련까지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열어구처럼 담력을 키우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관중의 야유가 심해도 흔들리지 않고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발 과정도 철저했다. 평가전을 거쳐 명궁을 추려서 합숙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또 평가전을 통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대표팀을 구성했다. 대표팀에 선발되면 금메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남자 단체전도 ‘3연패의 승전보다. 우리 양궁은 경계대상 1순위였다. 세계는 경기규칙을 여러 차례 변경하면서 우리 양궁을 견제했다. ‘더블라운드, ‘그랜드라운드, ‘올림픽라운드'다 하면서 경기규칙을 바꾼 것이다. ‘세트제라는 것도 도입했다. 그러고도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 아예 우리나라 감독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래도 요지부동이었다. ‘천하무적이었다. 여자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세계 최강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번 도쿄올림픽 때 우리 여자양궁이 9번째 금메달을 차지하자 미국의 어떤 신문은 이렇게 놀라고 있었다.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그리고 또다시 한국이 휩쓸었다. 그들은 왕조를 만들어냈다.”

코리아를 9번이나 연발한 것이다. 이제는 10번을 채워서 감탄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