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구협회가 '한국 양궁'에 배워야 할 점

2024-07-30     강민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여자 양궁 단체 국가대표 선수들의 올림픽 10연패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뉴스클레임]

태극 전사들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역사를 또 한 번 썼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이뤄진 한국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5-4로 물리쳤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에서 우승한 한국 여자 양궁은 이로써 10연패를 달성했다. 현재 진행 중인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10연대 달성' 뒤에는 한국 양궁의 공정성이 있다. 이는 양궁 팬, 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이 개최될 때면 "제발 양궁협회 반만이라도 따라가줬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 양궁은 대표 선수 선발 과정부터 투명하고 공정하다.

실제 양궁협회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나이도, 경력도 통하지 않는다. 전 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쥐었어도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9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강채형, 장민희 , 안산 선수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보이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로지 현 시점에서 가장 훌륭한 기량을 선보인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이 파리 올림픽 태극마크를 품에 안았다.

이는 다른 스포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불협화음에서 보여지는 갈등만으로도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 시비’ 문제에 휩싸였다. 감독 선임 과정이 투명,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고 해명했지만, 국내 감독의 경우 외국인 감독들과 달리 여러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대표팀 감독 사령탑에 부임하고 3주 만에 입을 연 홍명보는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하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물론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동안의 의심과 비판, 비난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믿어주기엔 올림픽 진출 실패 등 한국 축구의 현 상황이 마냥 좋진 않다.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공정 경쟁과 그에 따른 실력으로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여자 양궁이 스포츠, 나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매우 크다. 우리 주변만 봐도 공정과 원칙에 어긋난 일이 숨쉬듯이 발생한다. 한국 여자 양궁은 단단히 갖춰진 공정성에 실력까지 더해지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기회에 축구협회에도, 우리 사회에도 '공정함'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