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 男, 억울함 얘기할 수준의 문제 아냐"
29일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 서울여성회 등 "피해자 조심시키는 국가, 딥페이크 성범죄 공범"
[뉴스클레임]
최근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유포하는 성범죄가 확산해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여성 시민과 대학생들이 정부에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우리들은 국가에 책임을 묻는다. 여성들과 피해자들을 조심시키는 국가는 반복되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적인 성차별과 젠더 폭력문제를 국가는 제대로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들의 안녕을 바란다면 시민들의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는 "핸드폰에 저장돼 있는 연락처가 텔레그램에 새로 가입하면 그 사람이 새로 가입했다는 알림이 표시되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이렇게 많은 알림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지인들 중에서 누가 텔레그램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 또래 대학생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특성상 무작위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한다. 피해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범죄가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부터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중 36.9%(288명)는 10대 이하였다.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는 "N번방 사건이 대대적으로 공론화된 지 겨우 4~5년이 지났다. 이게 어떻게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성범죄 피해자 개개인 또는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가해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뻔히 보이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딥페이크’ 사태와 관련해 ‘과잉 규제로 결론이 날까봐 우려된다’는 이준석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선 "정치권력은 갈라치기에 나섰다. 사건을 축소시키고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성범죄 사안에 대해 누가 더 억울한지에 초점을 맞추게 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가는 갈라치기 수법이다"라며 "이건 남성들이 억울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하게 대대적인 범죄다. 남성들도 이 사건을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저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해결의 자세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여성들만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문제 해결을 미루는 정치권력에 맞서서 모든 젠더를 포괄하는 더 넓은 시민적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함께 국가에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적인 성차별과 젠더 폭력 문제에 국가는 제대로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