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합시다] 수지 성복동 기성면옥
2024-09-14 김동현 객원위원
[뉴스클레임]
육향으로는 우래옥의 두 배쯤 되는 국물 맛이랄까? 깊고 진한 국물이 단번에 우래옥을 떠올리게 한다.
또아리를 튼 면발 위에 무채와 배, 고기와 계란이 얹혀진 비주얼은 여백의 미가 있다.
평양 4대 냉면 중 하나라는 기성면옥의 방식을 이어왔다는데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걸 보면 무슨 사연이 있는 듯도 하다.
벽면에 걸린 100년 전 동아일보 기사와 ‘피양랭면’이라 적힌 차림표도 예사롭지 않다.
기성면옥은 수지 성복역 근처에 있는 상가에 있는데 외관은 조금 소박한 느낌마저 든다.
밥때가 지나 붐비진 않았지만, 드문드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식객들이 눈에 뜨인다.
이 집 냉면은 겨자와 식초를 넣지 않고 무채만 몇가닥 얹어먹는 방식이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선 약간의 메밀향만 맴도는데, 이때 육수를 한모금 들이켜야 한다. 입안을 가득 채운 면들 사이로 육향이 스며들면서 은은하고 긴 여운이 남는다.
같이 시켜본 사골 설렁탕도 담백하고 국물 맛이 깔끔하다. 음식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고집 같은 게 느껴진다.
물냉 비냉 모두 1만3000원이면 가격도 아주 착한데, 우래옥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