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달나라의 임금님’
[뉴스클레임]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 중국에서 추석을 맞게 되었다. 박지원은 추석을 앞두고, 동그랗게 되어 가는 달을 바라보며 함께 있던 중국 사람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어째서 지구가 네모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지구가 네모나다면, 월식 때 달 가장자리에서 어두워지는 그림자는 왜 둥근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지구가 돌고 있다면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이 뒤집히고 엎어지며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만약에 그게 떨어진다면 어디로 떨어질까요.”
박지원이 중국을 구경한 것은 1780년이었다. 18세기 말의 조선 선비가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설’을 언급하고 있었다. 당시의 ‘일반상식’은 땅덩어리라는 것은 ‘네모꼴’이어야 했다.
박지원은 지구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도 했다. ‘우주인설’이었다.
“…만약 달 속에도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면, 오늘 밤 누군가가 난간에 의지한 채 우리가 서 있는 지구의 차고 이지러짐을 논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중국 사람이 감탄했다.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서양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했지만, 그들도 땅이 돌고 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론을 스스로 터득한 것입니까, 아니면 어떤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것입니까.”
박지원은 자신의 동료인 홍대용(洪大容)의 학설이라고 밝혔다. 내친김에 태양과 달, 지구가 모두 둥글다는 '삼환부공설(三丸浮空說)도 얘기해줬다.
박지원의 말처럼, 달 속의 ‘우주인’이 지구를 바라본다면, 그 눈에는 지구가 달처럼 둥글게 떠 있을 것이다. 그 우주인에게는 ‘지구인’이 달나라 사람인 ‘월인(月人)’일 수밖에 없다.
그 ‘우주인’이 추석을 맞아 지구를 바라본다고 하자.
코리아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달나라 논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 정치판에서는 희한하게도 대통령을 ‘달나라 출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달나라에 사는 것처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대통령의 발언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또 어떤 도지사는 “대통령이 다른 나라 사람처럼 얘기해 놀랍고 분노가 치밀었다”며 “달나라 대통령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본 결과, 과거에도 그런 논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직 대통령’도 달나라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어떤 전 도지사의 경우는 “북쪽에서 미사일을 쏘는데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하는 달나라 대통령”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또 어떤 대변인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놓고 “자화자찬에 낙관론만 펼치고 있으니 ‘달나라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달나라 대통령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어떤 정당 대표의 공격도 있었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달나라 대통령’이라고 우기는 것은 항상 야당 몫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