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헤어질 결심] ②똑같은 명절, 수당은 차별 "못 살겠다"

2024-09-17     박명규 기자
사진=여성노조

[뉴스클레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명절을 두고 주고 받는 덕담 중 하나다. 이 한마디에는 풍성한 추석과 가을을 보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추석을 맞이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덕담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에겐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견디기 어려운 한여름 뙤약볕 같기 때문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점점 크고 밝아지는 달처럼 노동자들이 당하는 차별의 낙인은 더 크고 붉게 빛난다. 명절 기쁨보다 차별을 확인하는 서글픔이 더 큰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에선 오늘도 "명절 휴가비, 더는 못 참겠다"라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온다.

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선다.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받는 것도 서러운데 명절휴가비에서도 차별받아야 하느냐며 평등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차별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직, 무기계약직, 민간위탁, 자회사 노동자들이 추석을 맞이해 '차별 해소'를 외치고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 촉구 추석 한마당'이 열렸다면, 정부서울청사 앞에선 '학교비정규직 복리후생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한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은 임금 빼고 다 오른 상황에 물가인상으로 실질임금 하락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절휴가비 차별까지 더해져 서럽기만 한 추석을 또 맞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여성노조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의 명절휴가비는 근속에 상관없이 연 170만원 고정이다. 공무원들은 호봉의 120%를 설과 추석에 나눠 받는다. 9급 공무원 대비, 최소 55만원에서 많게는 250만원까지 격차가 난다.

노조는 "10년, 20년을 일해도 똑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액 명절휴가비와 자연호봉 상승이 있는 정규직의 정률 명절휴가비 격차는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갉아먹고 노동의욕을 떨어뜨릴 것임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명절을 맞이해 '휴가비 차별'을 호소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극심한 복리후생 수당 차별에 맞서 싸워 왔다.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 수당은 정규직과 차별 없이 지급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무직위원회 권고, 법원 판례 등 수많은 근거들이 쌓여 왔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묵살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도 교육당국은 명절휴가비 정액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본급과 근속수당에 있어 내년 3% 인상이 발표된 공무원들의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책임한 안을 제시하고 있어, 노동자들은 명절만이라도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 지급 기준이라도 맞춰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폐암 사태, 급식실 안전문제, 높은 노동강도 문제 등이 심각한데 명절휴가비마저 차별해서 주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도 풍성한 한가위,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싶다. 복리후생성 명절휴가비만이라도 정규직과 차별 없이 지급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향해서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복리후생비 예산을 확보해 공무원과 동일한 지급기준을 마련하라.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노동의 주체가 제대로 존중받을 때 학교의 질 높은 서비스는 함께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