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 ‘수·부·귀’ 모두 잡을까?
[뉴스클레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두 번째 피살 위기를 넘겼다.
트럼프는 미시간주 타운홀 행사에서 “중요한 대통령만 총에 맞는 것”이라고 자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동차 경주가 위험하고, 로데오 경기를 무섭다고들 하는데 대통령직이 위험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위험한 자리라고 주장하면서도 ‘중도 포기’할 의사는 없는 듯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트럼프는 피살 위기를 넘기면서 더욱 장수할 것이다. 수명과 돈, 권력을 의미하는 ‘수·부·귀(壽富貴)’ 가운데 ‘수(壽)’를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트럼프는 돈인 ‘부(富)’는 벌써 이뤘다. 알다시피, ‘억만장자’라고 했다.
얼마 전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귀걸이’에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여러 해 전 ‘호화판 반지’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다.
우리 돈으로 무려 33억 원이나 되는 ‘2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결혼 10주년에 트럼프가 선물한 반지라는 보도였다, 비난 여론이 상당했다.
트럼프의 재산 규모는 ‘부자 나라’인 미국에서도 ‘상위 0.1% 이내’라는 보도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최소한 4개 상업용 부동산을, 북미, 유럽, 아시아에 최소한 9개 호텔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와 부’를 쥐고도, ‘권력(貴)’을 또 노리고 있다. 그것도 한 번으로는 부족한지 ‘4년 더’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 아이티인을 추방하겠다”는 등의 희한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트럼프를 ‘징징대는 억만장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음모론과 거짓말, 군중에 대한 ‘괴상한 집착’까지 있다”고도 했다.
세종대왕 때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김수온은 오늘날의 ‘국장급’ 고위직인 정5품 병조정랑 때, 동료 관리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자네는 정말로 상이 좋구나.”
관상이 좋다는데 기분 나쁠 사람은 없는 법이라고 했다. 귀가 솔깃해져서 자세하게 얘기해달라고 독촉했다.
그러자 김수온이 정색하며 말했다,
“나도 힘들여서 공부한 거야. 한 상 차린다면 또 몰라도….”
‘맨입’으로는 알려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동료 관리는 결국 상을 차렸다. 다른 관리들까지 불러서 ‘회식’을 즐겼다. 김수온은 그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자네 나이가 이미 50을 넘겼으니, 그만하면 ‘면요(免夭)’는 한 것이네.”
일찍 죽었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자네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네. 또 벼슬을 했겠다, 배도 주리지 않으니 그만하면 ‘수·부·귀’를 두루 겸한 상이 아닌가. 그 이상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김수온은 동료 관리를 이렇게 골탕 먹이고 있었다. 그만큼 높은 자리에 올랐으면 만족할 줄 알라는 ‘충고’일 수도 있었다.
한국갤럽이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만약에 미국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 물었다고 했다. 71%가 ‘커멀라 해리스’였다. 트럼프는 불과 16%였다.
어쩌면 ‘수·부·귀’를 모두 잡겠다는 게 우리 정서에는 좀 맞지 않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