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노벨문학상도 ‘꼬투리’ 잡나
[뉴스클레임] 장문의 글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200자 원고지로 자그마치 17장 넘는 장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비판하는 글이다.
한강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비틀어서 노벨문학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수상은 축하하지만, 왜곡된 역사를 소재로 한 점은 두고두고 국민의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요컨대, ‘좌편향’이라는 얘기였다.
한강이 다음 책을 쓸 기회가 있다면, ‘5.18’과 ‘4.3’의 실체적 진실을 쓰기 바란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무지한 스웨덴의 한림원이 그런 작품을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싸잡아서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글’도 올라왔다. “노벨상만 보고 축하했는데, 진실을 거짓으로 덮은 작가”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먼저 올렸던 ‘축하 글’은 지워졌다.
반박도 있었다. “노벨상 받았으면 축하해주면 되지, 무슨 좌파, 우파인가”라는 반박이었다.
그런가 했더니,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의 글이 보도되고 있다.
정유라는 “역사 왜곡으로 쓴 소설로 받은 상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고 있었다.
“제주 4·3 사건, 5·18 옹호를 소설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그동안 노벨상이 없었으니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우파 역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고 했다. 정유라는 역사에 밝은 듯했다.
작가 김규나도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 의미, 노벨 가치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상은 아니다”며, “꼭 동양권에게 주어야 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고도 했다.
김 작가도 한림원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한림원 심사 위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 돌렸을 거다. 아님 여자라서?”라고 했다.
비판하는 글이 어쩌면 적지 않은 듯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해지자 이른바 ‘보수우익’을 자처하는 일부 사람들이 5·18을 폄훼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그렇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외국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양대 정론지’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노벨문학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강의 작품을 “책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보도다.
AFP통신의 경우는 ‘한류’ 전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문을 연 ‘한류’가 BTS 등 K팝 스타들의 팬덤으로 힘을 얻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도약, 어엿한 세계 문화 속의 ‘메이저’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 왜곡 비판이다. 노벨문학상마저 고질적인 ‘좌우 싸움’의 ‘꼬투리’가 되고 있다. 경기도의 일부 학교에서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유해도서로 분류되었다는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내놓은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갈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4점 만점에 3.3점이나 되었다. 빈곤층과 중·상층 간의 계층 갈등은 2.9점, 근로자와 고용주 간의 노사갈등은 2.8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