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후 칼럼] 위대한 전사도 식은땀을 흘린다

제발, 추측하지 말라

2024-10-30     김종후 원장
사진=김종후 한국학교경영연구원 원장(사회복지학 박사)

[뉴스클레임]

역사는 승리 아니면 패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미지근한 가운데 선택은 역사의 한 축에 낄 수 없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다. 패자의 역사는 제대로 기록되지도 않고, 정확하게 기억되지도 않는다. 역사라고 해서 수천 년 전에 벌어진 전쟁 승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당한 시간에 인간의 업적이 겹쳐지면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개인의 업적도 역사가 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역사에 기록될 기회를 얻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만큼 승자의 역사에 기록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번 사는 인생, 우리는 역사에 등장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역사에 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한번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들은 역사에서 승자의 태도를 배우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데, 진정한 승자로 가는 길에 대한 방법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론과 합리화의 이름으로 포장된 성공원칙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출발선으로 돌아오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 인생, 80여 년 동안 승자와 패자 사이를 곡예 타듯 수없이 넘나들었지만, 하나만의 승자를 확실하게 기억한다. 그 승자는 정주영 회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임자,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원칙을 기억한다.

‘해봤어’ 원칙은 하나지만 적용은 무한하다. 미지의 물맛을 알려면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어떤 설명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봤어’라는 것은 직접 물맛을 보라는 것이다. 이론이나 생각, 고정관념의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는 것이다. 

’임자, 해봤어‘ 원칙은 목표에 직진하는 성공 방정식이다. 그 외의 다른 승자의 방정식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본인도 모르게 인생의 모든 면에서 승리할 수 있는 행동원칙의 비밀을 밝혔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성공한 수많은 사람은 이 비밀을 이용해왔다. ‘성공에의 길은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라고 한 13세기경 페르시아 음유시인 루미도 이 비밀을 엿본 것이다.

이 원칙을 이용하면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결정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일들의 핵심을 파악하여 최대한 성공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원칙은 어떤 구체적인 기술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것은 용기와 열정이 한 덩어리로 뭉친 것이기 때문이다. 운명론을 거부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원칙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즉 열정 용기 자신감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임자, 해봤어’라는 원칙이다

“임자, 해보기는 해봤어.”

6km가 넘는 서산방조제 공사에서 마지막 270m 구간이 문제였다. 5톤짜리 바위도 휩쓸려 가는 초속 8m 급류 구간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의뢰해도 방법이 없었다. 최신장비도 소용없었다. 고작 270m를 못 막아 전체 공정을 포기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해보자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고 포기하자는 의견만이 난무할 때였다. 

1984년 2월 24일 길이 322m의 폐유조선 워터베이호로 방조제 틈을 메꾸는 데 성공, 정주영 공법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

안 된다는 라는 말은 어쩌면 가장 쉬운 선택이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학문적 지식이나 현재까지의 경험에만 의존해 어쩌면 이를 방패 삼은 것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말 못하겠습니다’라며 항명하는 동생 정인영과 중역들을 해고하면서 정 회장은 한마디 했다.
 “임자. 해보기는 했어.”

미국 포드사의 무리한 요구에 결별을 선언하고 자체 신차를 개발하기로 할 때의 일이다. 현대 자체의 독자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해할 만은 했다. 기술과 자금 부족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러나 기술은 영국과 일본,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회사로부터 협력을 끌어내 결국 ‘포니’를 개발했다. 

당시 ‘포니’ 개발이 얼마나 충격적인 것이냐 하면, 포니가 자체개발 자동차로 세계에서 16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포니’가 개발된 1975년 1인당 국민소득은 602달러로 아시아에서도 우리나라는 하위권에 포진돼 있었다.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194달러이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예측을 인지 심리학에서는 효능기대라고 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해 볼 생각 없이 책에서만 답을 찾고 권위에만 의존하면 자신감은 약화한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부족하면 불안해지기 쉽고, 불안은 자기 신뢰를 약화시킨다.

효능기대는 역으로도 성립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행동은 자신감을 배가시킨다. 자신감은 미래의 자신에게 거는 내기이다. 승리를 확보한 내기’를 말한다. 

성공하려는 사람에게는 자신감과 함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절실하다. 실패의 위험을 늘 감수해야 한다. 

”가장 위대한 전사라 해도 전정에 설 때면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린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두려움에 떨려도 정신은 떨리지 않는다. 그게 전사다.“

13세기 힌두교 철학자 샹카라는 위대한 전사를 언급했다. 그로부터 8세기 지난 후 21세기에 우리는 정주영 회장이 역사에 기록될 후학들에게 승자의 자질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제발 추측하지 말라. 생각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경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