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대학가 '시국선언' 가세
[뉴스클레임]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악화된 민심과 마주하고 있다.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으로 민심을 회복하려 했지만, 용산의 예상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10%대로 내려앉으며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되는 민심은 '퇴진 국민투표'와 '시국선언' 형식으로 거침없이 표현되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대학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천대 교수노조의 시국선언문을 시작으로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인천대, 전남대, 충남대 등 교수들이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가천대학교 교수노조는 "윤석열 정권은 말기 호스피스 단계에 들어갔다. 호스피스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암담한 실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처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7년 전처럼 권력의 불법 행위와 지시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교수 73명도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민의 상식적인 법 감정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데서 보듯이 국민적 실망과 공분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검찰은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관련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하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리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검찰의 결정은 국민 정서와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선택적 수사, 시간 끌기와 조사 지연, 투명성 결여,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 검찰에 대한 국민의 문제 제기를 해결하고,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단행하라"고 요구했다.
교수들은 또 "우리 국민은 지난 역사를 통해 국정 농단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목도했다"면서 "국정운영에 비선조직이나 사인이 개입하고, 국가 예산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매국적 역사관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면, 현 정부는 시민불복종이라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권 대학 교수들로서는 처음으로 전남대 교수 107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남대 교수들은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언론 장악 시도만 혈안이 돼 반민주적 폭거를 자행한다"며 "설마설마 했던 국정농단의 실체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 공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취임 후 임기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여론조작 의혹, 제22대 총선 여론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등 대통령 내외와 명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차고 넘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상 국가의 원수는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국민으로부터 존경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과 가족, 측근들의 비리 의혹부터 엄정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검찰은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제를 시행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한 특검을 시행해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밝혔다.
국립대학으로는 최초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인천대 교수들 역시 시국선언문을 통해 "단순한 국정농단을 넘어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각종 관급공사와 관련된 불법과 부정 의혹, 온갖 의전 실수와 망신살이 멈출 줄 모르고 그 내용과 수준 또한 치졸하고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사 윤석열은 박근혜에게 공천에 개입했다고 8년을 구형하고 2년형을 받게 했지만, 대통령 윤석열은 공천개입이 없다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자신의 공천 개입 논란은 당선인은 공직자가 아니라서 공천개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최고 공직자로서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본인이 결단해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를 넘어 대학가에서도 터져 나오는 탄핵 요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퇴진 투표와 시국선언은 단순히 정치적 반발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을 잃어버린 대통령을 규탄하며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진지한 호소다. 현 정부와 대통령은 이들의 목소리를 '트집' 취급을 할 게 아닌, 진심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충고와 경고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