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의 ‘중국산 MAGA’
[뉴스클레임] 8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중국의 ‘소상품 제조업자’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었다. 트럼프 로고와 깃발, 배지, 모자 등 ‘트럼프 굿즈’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어떤 중국업체의 경우 ‘트럼프 깃발’을 한 장에 65센트에 미국으로 수출했는데, 미국에서는 이 깃발이 1.5∼2.5달러에 ‘불티나게’ 팔렸다고 했다. 중국산 제품이 없었더라면 트럼프는 ‘취임 축하 행사’도 쉽지 않았을 뻔했다.
이번 선거전 때도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트럼프 굿즈’로 특수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문구가 찍힌 붉은색 모자가 1만 개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렇게 중국상품의 덕을 본 트럼프가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며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산에는 무려 60%의 고율 관세다. “중국이 대만에 들어갈 경우, 150~20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공약을 이행할 경우, 골탕 먹는 것은 결국 미국의 소비자다. 관세를 매긴 만큼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인 트럼프에게는 그까짓 푼돈이겠지만 ‘절대다수’의 소비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선에 도움이 되었던 ‘MAGA 모자’ 가격도 치솟을 것이다.
관세는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게 되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트럼프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배타적이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몰아내면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를 더욱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에도 ‘트럼플레이션’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트럼플레이션’은 트럼프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였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물가를 올렸다는 ‘바이든플레이션’으로 민주당을 공격했지만, 트럼프 자신도 ‘트럼플레이션’이었다.
트럼프가 공약을 실천할 경우, 2026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1∼7.4%포인트 높아지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8년의 고용은 최대 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도 0.9%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설 경우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미국의 수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그 무마책으로 세율 인하를 제시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음식점 등에서 받는 ‘팁’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세수 부족을 초래,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재정적자를 더욱 늘리도록 만들 수 있다. 막대한 국채를 찍어서 메워야 하고, 국채금리를 치솟게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트럼프는 대선 후보 당시 “달러를 찍어서 정부 부채를 갚겠다”는 ‘희한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돈을 찍어내면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걱정도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달러 가치를 추락시켜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게 되고 세계 금융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랬던 트럼프가 ‘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