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비상계엄과 탄핵, 항공기 참사
[뉴스클레임] ①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의 원자로가 폭발했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핵 참사였다.
② 8월 31일, 소비에트 정기여객선 나히모프 제독호가 흑해에서 침몰, 400명의 인명이 손실되었다.
③ 10월 6일, 16개의 다탄두 핵미사일이 탑재된 소비에트 핵잠수함이 대서양 중앙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④ 1988년 12월, 소비에트 트랜스카즈의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지진으로 2만 명 이상이 죽고 전 지역이 괴멸되었다.
⑤ 1989년 6월 4일, 시베리아의 수송관에서 누출된 가스가 폭발하여 근처를 지나가던 두 대의 여객열차를 날려버렸다. 휴일이어서 많은 어린이를 포함하여 800명 이상이 죽었다. <세계현대사 Ⅲ, 폴 존슨 지음>
옛 소련연방이 해체되기 전, 이렇게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고 했다. 사건 사고가 잦아지면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해이해지고, 소련연방은 해체되고 말았다.
‘남의 나라 일’이었다고 하자. 하지만 우리에게도 뼈아프고 부끄러운 ‘과거사’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 특히 그랬다.
▲청주 우암상가 아파트 화재(1993년 1월 7일) ▲구포 무궁화 열차 전복(1993년 3월 28일)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1993년 7월 26일)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10월 10일)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1994년 12월 7일) ▲한강 성수대교 붕괴(1994년 10월 21일) ▲충주호 유람선 화재(1994년 10월 24일) ▲대구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1995년 4월 28일)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29일).…
이 가운데 서해 훼리호 침몰 사망자는 292명에 달했다. 대구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 사망자도 101명이나 되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망자는 무려 502명이었다. 부상자도 937명이었다. 대한민국의 단일 사건 중에서 최다 사망자였다.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2개월 만에 일어난 대형 참사였다. 세계의 건물 붕괴 관련 참사 가운데 사망자 11위였다. <위키백과>
당시 김영삼 정권은 걸핏하면 ‘특단의 조치’를 외쳤다. 공무원은 그 바람에 숨을 죽였다. ‘복지부동’으로 일관했다. 경제위기 얘기가 나와도 귀를 막았다. “우리 경제 규모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나 했다. 그러다가 ‘IMF 국치’를 맞고 말았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월급쟁이들은 직장을 잃어야 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50∼60세가 되어서도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오륙도’ 등의 ‘신조어’가 쏟아졌다. 가족이 해체되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에는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도 있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몰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연말을 앞두고 전남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참사가 충격을 주고 있다.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국무총리 탄핵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가운데 일어난 대형 사고다. 2022년 10월 29일의 ‘이태원 참사’ 2년 만에 또 대형 사고다.
비상계엄으로 깎이고, 탄핵으로 오그라든 ‘선진국 대한민국’ 위상은 제대로 추락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정치적 위기 가운데 참사”라고 보도하고 있다. 나라가 휘청거릴 조짐이 아닐까 불안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