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삼국지 점술가 관로 이야기
[뉴스클레임] ‘삼국지’ 등장인물 가운데 관로(管輅)가 있다. 위(魏)나라 사람이다.
관로는 어렸을 때부터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했다. 별을 관찰하느라고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부모가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닭이나 거위도 때를 알리는데, 사람이 왜 그걸 못하는가요.”
이렇게 성장한 관로는 유명한 점술가가 되었다. ‘점복(占卜)의 오의(奧義)’를 터득한 것이다.
어느 해 정월에 광평(廣平)이라는 곳에서 사는 유봉림의 아내가 중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봉림은 관로에게 점을 쳐달라고 부탁했다. 관로는 “당신 아내의 수명은 8월 신묘 정오까지”라고 일러줬다.
유봉림은 믿지 않았다. 중태에 빠진 아내가 8개월이나 더 살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내의 병세는 호전되었다. 그러다가 가을에 접어들면서 다시 악화되더니, 관로가 예언한 그 날 그 시간에 사망하고 있었다.
관로가 척구(斥丘)라는 곳에 있는 친척 관효국(管孝國)을 찾아갔더니, 손님 2명이 있었다. 손님이 돌아간 뒤에 말했다.
“두 손님 모두 천정(天庭·이마)과 입, 귀 사이에 흉한 기운이 있어요. 곧 죽을 겁니다.”
예언대로였다. 10일 후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채 수레를 타고 가다가 강에 빠져 익사했다. ‘음주운전 사고’였다.
관로는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청하(淸河) 태수 예(倪)의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태수가 언제쯤 비가 올 것인가 물었다. 관로의 대답은 “오늘 밤 안에 쏟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해만 쨍쨍했다. 그랬는데 저녁때쯤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밤중이 되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관로의 소문을 권력자 사마소(司馬昭)도 들었다. 사마소는 관로에게 언제라도 좋으니 찾아오라는 연락을 보내왔다.
관로의 아우 관진(管辰)이 사마소를 만나면 우리도 부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관로는 그런 동생에게 씁쓸하게 말했다.
“하늘이 나에게 재능을 줬지만, 수(壽)는 주지 않았다. 나는 딸아이가 시집가는 것도, 며느리도 볼 수 없다.”
관로는 그러면서 덧붙였다.
“나는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죽음을 예언해주었다. 나는 이마가 약하고 눈에 정기가 없고 콧대가 약하다. 단명할 상이다. 따라서 사마소를 만난다고 해도 부귀는 얻을 수 없다.”
관로는 자신의 예언대로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48세였다. 관로는 자신의 운명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부모와 자녀, 손자 손녀까지 일가족 3대가 목숨을 잃고 있었다. 긴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은 50대는 친구들과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60대도 있었다. 사고를 당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강아지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이 강아지의 구조에 나섰다는 본지 보도다.
그런데, 요즘 언론의 조명을 ‘엄청’ 받은 ‘○○보살’, ‘○○법사’ 등은 참사를 예견하지 못한 듯했다. 하기는 대통령의 탄핵도 점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삼국지 관로 이야기다. 관로 같은 뛰어난 점술가가 있었다면 희생을 혹시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