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임톡] 누가 진짜 미쳤나?
[뉴스클레임] ‘탄핵 정국’에서 정치판의 말이 험해지고 있다. 아예 ‘미쳤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빠질 수 없다. 홍 시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판사까지 ‘집단 광기’에 휩싸이는 것은 유감”이라고 쓰고 있었다.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나라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적대적 공생 관계로 나라를 2년 6개월간 끌어왔지만,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고도 했다. 정상적이지 않으면 ‘미친’ 나라일 것이다.
석동현 변호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정말 ‘미친 듯’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안하무인·안하무법으로 설친다”고 적고 있었다.
홍 시장은 작년 12월 17일에는 “좌파들의 ‘집단광기(Collective Madness)’가 진정되면 나라는 다시 정상화 될 것”이라고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월 24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뛰어넘는 ‘광란의 청산’이 벌어질 것”이라며 “단순히 이재명 방탄을 넘어 보수우파의 궤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편지’와 관련, “미쳤다. 미치광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은 주변인들을 전부 중범죄자로 몰아 순장시키고 있는 무책임한 쫄장부”라며 “이런 미치광이는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 사형선고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윤 대통령을 겨냥, 페이스북에 “내란의 광기가 생존의 광기로 바뀌었다”며 “치졸함을 넘어 찌질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작년 12월 AP통신 인터뷰에서 “더 위험한 부분은 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고려 때 선비 이규보(李奎報 1169∼1241)는 ‘광변(狂辨)’이라는 글에서 ‘미친 사람’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① 알몸에 맨발로 물이나 불에 뛰어드는 사람
② 이가 으스러지고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모래와 돌을 깨물어 씹는 사람
③ 하늘을 쳐다보고 욕을 하는 사람
④ 땅을 발로 구르며 꾸짖는 사람
⑤ 머리를 산발하고 울부짖는 사람
⑥ 잠방이를 벗고 뛰어다니는 사람
⑦ 겨울에 추위를 모르며, 여름에 더위를 모르는 사람
⑧ 바람을 잡으려고 하고, 달을 붙들려고 하는 사람.
이규보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을 세상에서 ‘미친×’이라고 비웃는다고 했다.
이규보는 그러면서 ‘진짜로 미친×’은 따로 있다고 했다.
① 하루아침에 벼슬자리에 앉으면 손(手)은 하나인데, 손놀림이 전과 같지 않은 사람
② 마음이 하나인데 옳지 못한 두 마음으로 바른길을 따르지 않는 사람
③ 이목(耳目)과 총명이 뒤바뀌고, 동쪽과 서쪽이 바뀌어 서로 속이고 현란해서 중도로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④ 결국 궤적을 상실, 엎어지고 뒤집힌 다음에야 알게 되는 사람.
이규보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겉으로는 멀쩡해도 ‘속으로 미친×’이라고 했다. 물과 불에 뛰어들거나, 모래와 돌을 씹는 사람보다 더 ‘미친×’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누가 그런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