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통령의 ‘일모도원’?

2025-01-20     문주영 편집위원
플리커

 

[뉴스클레임]  초나라 평왕(平王)이 아들인 태자를 결혼시키기 위해 며느릿감을 구했다. 그러나 평왕은 멀리 진나라에서 데려온 며느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놀랄만한 얼짱이기 때문이다.

평왕은 며느리를 자신이 차지해버렸다. 아들의 아내를 빼앗은 것이다.

평왕은 태자를 대하기가 멋쩍었다. 그래서 변방의 수비대장으로 내쳤다.

쫓겨난 태자를 오사(伍奢)라는 관리가 보필하고 있었다. 평왕은 그 오사도 마음에 걸렸다. 태자와 함께 반란을 꾸미고 있다는 모함을 씌워서 구속했다. 그러면서 오사의 두 아들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만약 두 아들이 자수하지 않으면 오사를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오사의 두 아들 가운데 형 오상(伍尙)은 체포령에 응했다. 하지만 동생인 오자서(伍子胥)는 훗날을 다짐하며 오나라로 도망쳤다. 부친과 형을 잃고 혼자 목숨을 건진 것이다.

오자서는 오나라에서 이를 갈았다. 복수할 기회는 15년이나 지나서야 왔다. 병법가 손무(孫武)의 도움으로 초나라를 공격, 수도를 함락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평왕이 이미 10년 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에게 복수할 방법은 없었다.

오자서는 그래도 방법을 찾았다. 무덤을 파헤쳐서 평왕의 시체를 끄집어내더니 매를 때린 것이다(掘墓鞭屍). “시체에 매질하기 300, 그때야 멈췄다고 했다.

그런 오자서에게 아무리 원수라고 해도 시체에 매질까지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행동이라는 비판이 들렸다.

오자서는 이렇게 말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할 일은 많은데 뜻한 바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때문에 지름길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24년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였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사자성어도 만들어볼 만했다. 2025년 대통령 사자성어를 일모도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금은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난주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서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반듯하게 세우고, 자유와 법치를 외면하는 전체주의적 이권 카르텔 세력과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면서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 되었다.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윤 대통령의 약속실행도 늦어지게 생겼다. 오자서의 말처럼, “할 일은 많은데 뜻한 바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