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진짜 새해… 다시 결심해서 꼭 ‘성취’
[뉴스클레임]
왜란 때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한 장군 가운데 마귀(麻貴)가 있었다. 마 장군은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을 이끌고 소사(素沙)에서 왜군과 대치 중이었다.
그런데 왜군 진영에서 한 병사가 나서더니 연합군 진영을 향해 일본도를 휘두르며 한판 겨뤄보자고 시위를 했다. 마 장군은 창을 잘 쓰는 절강(浙江) 출신 병사를 내보내 상대하도록 했다.
둘이 맞붙었지만, 절강 출신 병사는 왜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몇 합 겨루지도 못하고 칼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잇따라 4명이 나아가서 맞섰지만 역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왜병의 무술 실력은 간단치 않았다.
마 장군은 상금을 내걸었다. 누군가가 나서서 왜병을 처치하라고 외쳤다. 그래도 나서는 병사가 없었다.
그때, 한 조선 병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왔다. 갑옷도 없이 무명옷만 걸친 병사였다. 마 장군에게 읍(揖)을 하더니 맨손으로 왜병을 잡겠다고 했다.
조선 병사는 무술을 익힌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명옷 병사는 왜병에게 다가갔다. 왜병이 칼을 휘두르자, 무명옷 병사는 피하기만 했다.
그러나 곧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왜병이 갑자기 얼굴을 가리며 쓰러진 것이다.
무명옷 병사는 왜병의 칼을 빼앗아서 그 목을 베어 바쳤다. 응원하던 왜군 진영은 기가 꺾였고, 조명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었다.
싸움이 끝나자 마 장군은 무명옷 병사를 불러서 공로를 칭찬하며 물었다.
“그대는 검술을 아는가?”
“모른다.”
“검술도 모르면서 어떻게 왜병을 잡을 수 있었는가?”
무명옷 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어렸을 때 병에 걸려 다리가 마비되었다. 혼자 방에 앉아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바늘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 매일 아침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3년 동안 연습했더니, 손가락과 마음이 일치하게 되었다. 먼 곳에 있는 게 가깝게 보이고 작은 구멍은 크게 보였다.”
병사는 말을 계속했다.
“백발백중이 되면서 아팠던 다리도 회복되었다. 그 실력을 써먹을 곳이 없었는데 마침 왜병과 싸우게 되었다. 왜병은 내 바늘이 자신의 눈알을 노릴 줄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마 장군은 무명옷 병사가 잘라온 왜병의 머리를 살펴봤다. 과연 왜병의 양쪽 눈에는 바늘이 각각 한 치쯤 박혀 있었다.
조선 때 선비 성대중(1732∼1809)이 쓴 ‘청성잡기’에 나오는 얘기다.
새해가 되면서, 뭔가 결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저축해서 돈을 모으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짱’이 되고, 술과 담배를 끊는다는 등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슬그머니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새해를 또 맞고 있다. 설날을 맞는 것이다.
이제 ‘진짜’ 을사년 파란 뱀의 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결심해서 뜻한 바를 이루면 된다. 그래서 소개하는 ‘청성잡기’의 무명옷 병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