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2시간짜리 계엄 2개월… 경제 얼마나 망가졌나?
[뉴스클레임]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전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 있을 수 있나”며 “독재와 집권 연장을 위해 그런 소규모 미니 병력으로 초단시간 계엄을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면서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도 했다.
또 “계엄을 통해서 민주당이 국정을 마비시킨 행태를 국민이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고 3일 윤 대통령을 면회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정치 탓’이었다.
그러나 그 ‘짧았던(!) 계엄령’이 경제를 적지 않게 애먹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비상계엄이 내렸던 작년 12월 한달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상장주식 3조 9770억 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올 들어 1월에도 897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보도다.
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대착오적인 계엄령’을 비판한 바 있다.
내수 경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3.3% 하락했다. 신용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의 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했다.
치솟은 환율은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들은 제품값을 올리고 있다. 이는 내수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또 다른 ‘악재’다.
수출마저 흔들릴 조짐이다. 지난달 수출은 491억 17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0.3%나 감소했다. 작년에는 2월이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로 당겨지면서 조업일수가 4일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을 6970억 달러로 작년보다 고작 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 그마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수출까지 흔들리면 경제성장률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낮췄다. 글로벌투자은행들은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1.1%를 제시했다고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은 일자리에도 ’직격탄‘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는 5만2000명이 감소, 코로나 19가 확산되던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전인 작년 12월 2일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배달앱 수수료 인하 등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민생토론회가 끝나고 불과 30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등의 법안 처리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추경 예산 편성도 여와 야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책이 표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는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를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해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계엄령이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산 첩첩 물 겹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