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의 주특기 ‘떠넘기기’ 작전
[뉴스클레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불법 이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뱀이나 악어를 풀어놓은 참호를 파서 국경을 강화할 것”을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제시했다고 한다. “이민자의 다리를 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황당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풀어놓은 뱀이나 악어가 어슬렁거리다가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미국 사람도 물어뜯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뱀과 악어가 중남미 국가로 기어가서 불법 이민과는 관계없는 ‘무고한 사람’을 덮칠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남의 나라’ 사람의 피해와 반발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닌 듯싶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 공사를 강행했다. 높이가 9m에 이르는 ‘미국판 만리장성’이다. ‘사다리를 놓고도 올라가기 힘든 높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것으로는 미흡했던지, “장벽에 전기가 흐르도록 하거나 사람의 피부를 뚫을 수 있을 만큼 뾰족한 탑을 설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참모들이 반대하자, “나를 바보같이 만들지 말라. 계속 추진하겠다. 이건 내 문제다”며 발끈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는 25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장벽의 설치비용까지 멕시코에 떠넘기려고 했다. “우리는 장벽을 짓고 멕시코가 돈을 낼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마치 ‘손 안 대고 코 풀기’식이었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었다.
국경 장벽은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완성된 장벽은 453마일로, 자신이 장담했던 1000마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는 이 장벽 덕분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로 고민하는 스페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하라사막에 장벽을 건설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트럼프의 이민자 혐오감은 지나칠 정도다. “아이티 이민자는 전부 에이즈 환자”라고 주장한 적도 있었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일단 미국에 들어오면 자기들의 ‘오두막’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악담을 하기도 했다.
혐오감 때문인지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국경 장벽 공사를 재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번에도 ‘떠넘기기’ 작전이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한 달 유예하면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만 명의 군병력을 국경지대에 즉시 보내기로 동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병력은 “펜타닐의 유통과 불법 이민자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특별히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남의 나라’ 병력으로 불법 이민자와 마약 상인을 단속할 수 있게 생겼다. 예정에 없던 병력을 이동하고 주둔시키려면 ‘비용’이 들 텐데, 트럼프는 아마도 이를 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마가(MAGA)’도 다를 것 별로다. 관세 폭탄이 껄끄러우면 미국에 돈을 가지고 들어와서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미국 사람의 일자리를 늘리라는 압박이 그렇다.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라고 부른다는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