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의 문학칼럼]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뉴스클레임]
춥다. 눈발이 사나운 바람에 어지럽게 날린다. ‘설픈’ 날씨에 꼼지락거리는 아침. 어이없는 ‘뉴스’를 신문에서 본다. 나를 더 춥게 하는, 헌법재판소에 출현한 호모찌질이와, 그의 졸개들인 호모피노키오들. 헌재 재판에서 벌어지는 온갖 거짓말 잔치!
호모찌질이가 계엄으로 엄청난 충격을 국민들에게 주어놓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단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지금 상황이 호수 위에 떠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나... 이 대목을 보자니 ‘채근담’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찬 호수 위로 기러기가 날아가면 기러기 그림자도 함께 간다’는 대목. 더불어 채근담엔 ‘대숲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대나무 잎이 내는 소리도 함께 간다’는 대목도 있다.
기러기가 날아가면 기러기 그림자도 같이 날아가고,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불면 댓잎 소리도 같이 날 수밖에. 그래서 그런지 이미 그들은 한 몸뚱이처럼 입을 맞추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단순히 동화로만 볼 수도 없다. 거짓말쟁이들 모두 조만간에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져 있겠지.
혹독한 겨울을 나며 봄을 기다린다. 오래전 노래의 가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본 그림책 ‘거기에서 만나(혜원 그림/창비 펴냄)’도 생각난다.
봄이 와서 길가에 핀 온갖 꽃과 땅에서 솟아오르는 파란 싹들을 바라보는 아이. 그 아이는 희망과 설렘을 본다. 그 길에서 동무도 만난다. 둘은 마침내 ‘내가 놓친 것은 네가 보고, 네가 놓친 것은 내가 본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 동무들뿐만 아니라 어른 이웃들도 한 아이의 달리기에 ‘진심’이다. 그 이야기는 이은홍 화백의 동화 ‘달리기를 잘 하는 법(딸기책방 펴냄)’에 담겨 있다.
이은홍 화백은 주로 역사만화를 그렸지만 동화는 쓰지 않았다. 달리기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달리기를 잘 하는 법’을 보면 되겠다. 평소 그의 입담 좋은 글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동화 책.
혜원 작가와 이은홍 화백은 부부. 두 사람은 지금 충청도 제천 산골에 ‘심심한책방’을 열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책방의 상호는 심심한책방이지만 둘은 결코 심심하지 않게 산다. 책 방 주변에 널려 있는 자연 그대로의 나무, 풀, 꽃, 동물, 그리고 사람까지 잘 관찰하며, 잘 다독이며 그들도 점점 자연이 되어가고 있다.
번잡한 서울을 떠나 산골에 자리 잡은 부부. 겨우 한 학년,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나를 형 대접해주는 이은홍 화백, 큰오빠 대접해주는 혜원 작가. 나는 자연을 닮아 자연스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사는 두 사람이 좋다. 내 주변에서 가장 자연을 닮은 두 사람!
호모찌질이와 호모피노키오들이 사라진 봄이 오면 ‘심심한책방’을 가려고 벼른다. 책방엔 몇 해 전에 세상을 뜬, 벗 김이구의 서가도 꾸며 두었고, 얼마 전에 작고하신 김민기 선생의 서가도 꾸며 두었단다!
‘꽃피는 봄이 오면/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노래하는 제비처럼...’
봄은 오고 있겠지만,
봄이여 어서 오라!
제비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