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매' 막말 의원, 언제까지 숨을텐가
[뉴스클레임]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등에 대해 따져 묻는 과정에서 "치매"라는 비방과 고성이 오갔다. 이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날 박 의원은 "최상목 대행의 학창 시절 별명이 ‘짱구’ 아니었느냐. 그런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아유가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박 의원을 향해 "치매에 걸렸냐", "당신이 내 형님이냐" 등 막말을 내뱉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설전에 중재에 나섰고, "최소한 상대방에 존중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대선배한테 치매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원을 향해 "치매"라고 외친 국민의힘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치매'라는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나이에 대한 차별이자 국회 품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망언"이라며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한 의원이 누구인지 즉시 밝히고, 국민과 박지원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본인이 직접 자수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매'를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한 것은 치매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비하하는 행위로,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무엇보다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는 본회의장에서 나온 이러한 발언은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내란 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대통령도 과거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라고 발언해 치매 환자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치매를 앓는 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택청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지만, 해당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뜻을 전한다"며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정치인들의 '치매 비하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은 그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치매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개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국민의힘 의원들의 '치매' 발언도 단순히 개인적 실수가 아니라 잘못된 인식이 표출된 것이다. 치매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악명 높은 질환이라는 점은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국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만 이를 모른다는 것은 심각한 일 아닌가.
치매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표현과 인식은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 인식 변화 없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의원은 직접 자수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치매 환자들에게, 그의 가족들에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모욕감을 준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하지 않겠나. 더 늦어지면 그나마 남은 예의와 품격마저 더럽혀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