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마키아벨리 용병술
[뉴스클레임] ‘권모술수의 대가’ 마키아벨리는 부하들이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권력자를 배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원래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애정으로 대해주면 이해가 엇갈리는 순간에 배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키아벨리는 그러면서도 ‘한’을 품도록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력자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한을 품도록 만들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산상의 손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란 부모가 죽어도 곧 망각하는 동물이지만, 재산상의 손실만큼은 결코 잊지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따라서 부하의 재물을 축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재물이 축나면 춥고 배고플 수밖에 없고, 결국 한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더 이상 바라지 않을 만큼 충분한 재물을 지급하면 된다고 했다. 먹고살 걱정이 없도록 해줘야 배반하지 않고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직책도 과분하게 내려서 변화를 원하지 않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그 지위에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마키아벨리의 용병술’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너는 해고야(You’re fired)”를 ‘주특기’로 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해고 칼바람’으로 1만 명이나 되는 공무원이 짐을 싸게 되었다고 한다.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1만 명을 내친 것이다. 곧 수천 명을 더 해고할 것이라는 보도다. 국제개발처(USAID)의 경우는, 1만여 명의 직원 가운데 290명만 남길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해고된 직원 가운데 수천 명은 사전 녹화된 영상이나 그룹콜을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일부는 불과 30분 안에 건물에서 나가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어떤 직원은 “조국에게 배신감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트럼프는 당선 전 선거유세 현장에서 연방정부 예산 6조 8000억 달러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조 달러를 감축하겠다고 한 바 있었다. 공무원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머스크 수장은 “정부 직원의 절반 이상이 해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트럼프는 1기 임기 당시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는데, 그중에는 퇴임 날짜를 불과 26시간 앞두고 해고당한 간부도 있었다. ‘눈엣가시’를 제거한 것이다. 퇴임이 아닌 해고가 되는 바람에 이 간부는 연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억만장자’라고 했다. ‘푼돈’인 월급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해고당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 한꺼번에 해고되면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책을 칭찬하기는 아마도 힘들다. 마키아벨리의 이론처럼 ‘한’을 품지는 않더라도, 트럼프 정권이 못마땅하다는 마음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
이는 ‘표’로 연결될 수 있다. 1만 명이 해고당했으면 ‘가족 표’를 따지면 여러 갑절로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3번째 임기도 노리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