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1년… 간호사 59.7% "범위 벗어난 업무 수행에 우려"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공개 및 현장증언 기자간담회 전담간호사 58.7% "업무와 관련된 어려움 겪고 있어"
[뉴스클레임]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가는 가운데, 간호사 10명 중 7명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오전 서울대병원 에서 '의료대란 1년, 병원 현장 어떻게 변했나'라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병원노동자 설문조사는 의료연대본부와 시민건강연구소가 국립대 및 사립대 병원노동자 8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의사 ID를 이용한 대리 처방이 '증가함' 또는 '매우 증가함'으로 답한 간호사는 44.9%였다.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 수행이 '증가함' 또는 '매우 증가함'으로 응답한 비율은 69.7%에 달했다.
또 간호사들의 59.7%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도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배치됐다.
진료지원 업무 전담 간호사의 49.2%는 일방적 부서 배치 및 발령으로 비자발적으로 진료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고 응답했다.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에서는 일반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전환할 경우 3년 이상 임상경력 보유자로 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설무에 응답한 진료지원업무를 전담으로 수행하는 간호사의 10.3%은 임상경력이 3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간호사의 58.7%는 업무와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직무기술서 부재로 구분 없는 업무 전가 55.6% ▲체계적인 교육·룬련 프로그램의 부재 37.8% ▲임상 연구 보조 등의 부당한 업무 요구 31.1% ▲과도한 업무량 28.9% 등이 꼽혔다.
또한 전담간호사의 61.1%는 역할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업무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인한 불안감(79.1%)을 꼽았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위원은 "한국 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의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대한 병원의 대응 방식과 정부의 정책 방향은 논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며 시장중심적으로 의료시스템이 돌아간다는 점에 있다"면서 "실제로 한국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2배에서 4배나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 개혁은 의사 수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의료 노동 환경 개선, 공공의료 확대, 병원 조직 문화 개혁, 민주적 정책 결정 구조 확립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시민과 의료 노동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의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