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여행] 이천리 해파랑길 강릉에서 양양의 젊은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

해파랑길41코스

2025-03-22     오근식 객원위원
강릉 최북단의 해변인 주문진해변은 야영을 선호하는 휴가객들에겐 썩 좋은 휴가지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뉴스클레임] 

해파랑길41코스는 강릉 최북단의 주문진해변에서 출발해 바닷가를 떠나지 않고 걸어 최근 서핑으로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양양의 죽도해변에 이르는 12.4km의 길이다.

주문진해변은 경포대 근처의 해변만큼 충분히 개발된 해변은 아니지만 넓은 주차장은 물론, 방풍림 속의 일반 야영장이 갖추어져 있어 한여름의 휴가지로 손색없는 곳이다. 공공기관의 수련원이 있고 리조트가 하나 있지만, 이곳은 일반 숙박형 휴가보다는 야영 중심의 휴가를 위한 곳인듯했다. 

주문진해변을 벗어너 들어선 향호는 둘레 약 2.5km의 석호다. 호수 안쪽엔 갈대가 무성한데, 그 사이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가끔은 커다란 물고기가 다가오기도 한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해변 북단에 둘레 2.5km의 호수, 향호가 자리 잡고 있어 한 시간쯤 한가한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향호는 바닷가 쪽에 모래가 쌓여 물이 직접 드나들지는 않지만, 바닷물이 모래를 통해 스며들기 때문에 일반 호수보다는 염도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생태적 환경으로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기 때문에 생태와 환경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 

향호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특히 호수 안으로 무성하게 증식하고 있는 갈대숲 사이로 나무 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이 지루할 틈이 없다. 때로 새가 푸드덕 날기도 하고, 아직 갈대가 채우지 않은 물 위를 걸을 때는 커다란 물고기가 다가오기도 한다. 아마도 이곳을 걷는 사람들이 먹이 던져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주변의 푸르름이 풍성한 호수다.

양양 해변에 들어서서 처음 만난 남애항 주변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바다와 바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호수를 돌고 바닷가에 다시 나서면 남애항까지는 이렇다 할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도 해파랑길을 걸으며 머리와 가슴에 담은 화려한 풍경이 너무 많아서 멋진 해변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애항이 가까워지면서 바다의 모습이 달라진다. 크고 작은 바위가 제법 멀리까지 가득하다. 애써 특별한 모양의 바위를 찾으며 잠시 이마의 땀을 식힌다. 아직 7월 더위가 시작되려면 닷새나 남아 있는데 한낮엔 30도를 넘나드는 더위 때문에 걷기가 쉽지 않았다. 벌써 많은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었다. 

휴휴암이라는 바닷가의 절은 출퇴근하는 물고기 떼로 이름을 얻은 곳이다. 아무도 모여든 물고기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니 물고기들과 사람들이 편안하게 서로 어울린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남애항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추면서 관광 항구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항구뿐 아니라 해수욕장도 단순히 물놀이를 위한 곳이 아니라 서핑을 위한 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모래 위에서는 그늘을 위한 텐트가 여럿 설치되어 있고, 강습에 열중하며 엎드렸다가 일어나기를 반복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물 위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은 큰 파도를 기다리는 중인데 이날 서핑에 충분한 파도는 드물어 물 위에 서서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해수욕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모래해변을 쉼 없이 보며 걸은 탓인지 바위가 흩어진 바다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약 2km의 해변 끝 언덕 위엔 절집이 하나 있다. 휴휴암이다. 대부분의 바닷가 절집처럼 휴휴암에도 높이 서 있는 해수관음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절집에 관해 문외한이어서 슬쩍 바라만 보고 바닷가로 나섰다. 이미 많은 사람이 서서 신기한 표정으로 찰박이는 물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해안을 걷다 보면 바닷가에 돌출된 작은 언덕의 이름으로 죽도와 송도를 많이 쓰고 있다. 양양의 죽도를 돌아 걷다가 만난 멋진 바위인데 이름이 부채바위라고 한다. 문득 비너스가 탄생한 조개껍질처럼 보였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가까이 가 보니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물고기 수가 매우 많았다. ‘너무 많다’만으로는 부족하고 ‘물 반 고기 반’으로도 부족하니, 바글바글하게 모여든 물고기가 물보다 더 많다고 표현해야 할 듯했다. 이 물고기 떼가 휴휴암 아래 바닷가로 출퇴근을 한단다. 날이 밝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모여들었다가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디론가 다 떠난단다.

이 물고기가 황어다. 동해에서는 바다와 강을 드나든다고 하는데 삼척의 맹방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 마읍천과 죽서루가 있는 오십천에서도 본 적이 있는 물고기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황어가 맛없는 물고기여서 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렇게 많이 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맛이 없는 물고기인지 궁금했다.

7월이 가까운 시절 기온이 오르며 바위틈의 땅채송화가 활짝 피었고 어느새 수국도 진한 꽃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휴휴암을 나서서 맞이한 인구항 해변은 매우 작은 해변이었는데 이곳이 양양 서핑 문화의 중심지처럼 보였다. 서핑 관련 업소들이 빼곡하고, ‘양리단길’이라는 거리 이름도 붙어 있다. 이미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고, 주차장에는 이른바 ‘수퍼카’가 가득했다. 이제는 육지로 이어진 바닷가의 작은 언덕인 죽도를 중심으로 남쪽 해변과 북쪽 해변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서 다시 한번 화려한 바위를 보고는 차를 두고 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기사 말로는 이곳을 찾아온 이들 중 하루 저녁에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술값으로 쓰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여름을 즐기는 곳이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걸어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해파랑길41코스가 끝나는 해변의 바다엔 이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변하고 있다. 사진=오근식 객원위원

글쓴이 오근식=1958년에 태어나 철도청 공무원, 인제대학교백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2019년 2월 정년퇴직하고, 제주 올레, 고창과 통영의 길과 섬을 걸었다. 이후 해파랑길 750km를 걷기 여행을 마치고 현재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