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끝나도 끝나지 않은 탄핵
[뉴스클레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과거사’다.
박 대통령이 ‘만장일치’로 파면되자,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곧바로 ‘정유8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었다. ‘을사5적’에 빗대서 ‘정유8적’이었다.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탄핵 ‘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있었다.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퇴임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는 “퇴임 선물로 붉은 물감이 묻은 헤어롤을 주겠다”는 협박성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재판관들의 얼굴을 화염으로 불태우는 듯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이 ‘태극기 집회’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영상은 전·현직 재판관을 ‘법치주의 살해범’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
“재판관들이 대한민국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도록, 가족에게도 얼굴을 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심지어는 “자결하라”는 댓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날짜가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로 잡히면서, ‘1, 234, 56, 7, 8, 9, 10, 11’이라는 숫자가 나오기도 했다. 탄핵안의 국회 표결에서 선고기일까지의 숫자를 낮은 순서대로 배열하면 1~11이 된다는 것이다.
‘1’은 표결 불참, ‘234’는 ‘찬성표’, ‘56’은 ‘반대표’, ‘7’은 ‘무효표’ 등을 의미하는 숫자라고 했었다. 여기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날짜 ‘8’과. 가결된 날짜 ‘9’에, 선고날짜 ‘10’과 ‘11’을 합쳐서 ‘1, 234, 56, 7, 8, 9, 10, 11’이라고 했다.
이 같은 숫자 배열이 ‘우연’일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파면’이었다.
또 다른 숫자도 있었다.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6년 11월 넷째 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2013년 9월 최고 67%를 나타냈던 지지율이 폭락한 것이다.
지지율은 ‘최순실 파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9월 말 이후 30%→ 29%→ 28%→ 25%→ 17%→ 5%→ 4% 등으로 끝 모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0%’였다. 더 이상 떨어질 지지율이 없어서 아예 ‘제로’였다. 이렇게 지지율이 폭락했는데도 탄핵 ‘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가 생기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며칠 전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한쪽에서는 ‘을사5적’이라는 경고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사 1타 강사’가 집회에서 여론에 배치된 결정을 내릴 경우, “‘제2의 을사5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정유8적’이 나오더니 ‘을사5적’이다.
120년 전, ‘을사늑약’ 때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생겼다.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했던 ‘을사년’에서 파생된 말이다. 당시 나라는 무척 을씨년스러웠다.
올해는 또 을사년이다.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안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다.
탄핵이 탄핵으로 끝나지 않으면 나라꼴은 또 을씨년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