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트럼프, 제조업 초강대국?
[뉴스클레임]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일본에 뒤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도요타자동차의 계열 부품업체의 경우 도요타의 조립공장에서 평균 30마일 이내, 비계열 부품업체도 87마일 이내의 거리였다.
또 부품공장은 더욱 가까운 10마일 이내에 있도록 했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부품을 하루 8번 이상,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 같은 공장의 ‘인접 배치’를 통해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이 가능했다.
반면 GM의 사내 부품공장과 조립공장 간의 거리는 평균 350마일, 외부부품 업체와의 거리는 427마일이나 되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GM은 하루 1.5회의 부품밖에 공급받을 수 없었다.
미국은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추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타는 1988년 미국 켄터키주의 조지타운에 생산공장을 세울 때도 같은 전략을 써먹었다. 부품업체들과 함께 진출한 것이다.
도요타는 그러면서 입지조건도 고려했다. ① 고속도로와 가까워서 미국 전역으로 자동차를 운송할 때 편리하다 ② 물론 부품을 공급받기도 편리하다 ③ 켄터키주는 남부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 ④ 기후가 온난하고 눈도 적게 내린다.…
날씨까지 따질 정도로 치밀한 검토 끝에 다른 지역을 제쳐놓고 조지타운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체는 자기들 ‘안방’에서도 그런 도요타를 넘을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21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 달러, 미래 산업과 에너지 분야 63억 달러 등이라고 했다. 우리 돈으로 3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기양양이다. “현대가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년 100만 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관세 폭탄’ 자랑이다. “현대의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자찬이다. “현대는 미국에서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그런 트럼프를 받쳐주고 있다.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을 사례로 들며 이를 “트럼프 통상 정책의 성공 사례”라고 했다는 보도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유세에서는 “미국의 일자리를 훔쳐가는 글로벌 도둑들을 저지하고, 미국을 세계의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 압박’만으로 외국 기업을 끌어들여서 미국의 제조업을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은 도요타의 강점을 벌써 파악하고도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현대차가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USA 상표’가 아닌 미국에서 생산된 ‘Hyundai’로 판매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를 더 많이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남의 나라 기업’을 끌어들여서 미국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해외로 떠난 ‘미국 기업’을 다시 유치해야 일자리도 제대로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