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존엄 위해선 복지 정책 질적 변화 필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권 보장 등의 요구안

2025-05-28     최인기 빈민운동가

[뉴스클레임]

농성중인 장애인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는 이미 시작되었고 거리는 선거 열기로 뜨겁다. 후보 간에 비방전이 남발하고 제대로 된 정책과 토론이 부재한 가운데 21대 대통령 선거 빈민 정책 요구안 중 장애인들의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실상을 잘 보여준다. ‘광주인화원과 학교에서 일어난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른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2000년부터 5년간 교장과 교사들에 의해 자행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아동 학대를 다룬다. 동명의 영화로 개봉된 이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결국 사건은 재수사로 이어져 가해자는 처벌 되었으며 인화학교는 폐쇄되었고 재단도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20111028일 통과하고 '도가니법'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이 이야기는 올해 2월에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방영되기도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던 이 사건은 장애인 특수학교와 시설에 대한 실상을 세상에 알려낸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현재도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모습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실장에 따르면 울산에 소재한 전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태연재활원에서 영화 도가니와 비슷한 사례가 또 벌어졌다고 말한다. “지난 12월쯤 한 거주인분이 갈비뼈가 금이 가 그 어머님이 지역 장애인 권익 옹호 기관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 후 경찰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12월 한 달 동안에 CCTV 기록을 봤더니 ‘890’ 건의 신체적 폭행이 담겨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라고 전한다. “CCTV는 화장실이나 숙소에는 설치가 안 돼 있고 거실에만 있었으며 저장 기간이 한 달 기간밖에 안 돼 그동안 폭력, 체벌 등 인권침해가 반복적이고 집단으로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석 실장은 한국에는 장애인 거주 시설이 총 1529개소가 있고, 2700 여명이 수용되어 있다.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같이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장애인수용시설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빈곤사회연대의 요구안에 따르면 장애인 평균 시설 수용 기간은 18.9년에 달하는데, 이곳에 연간 약 70억 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시설 수용 중심의 장애인 정책은 동정과 시혜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값싸게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배제하는 구조적 폭력이라며 따라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제정을 통해 2041년까지 장애인거주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를 명확히 하고, 개인별 장애인의 효과적인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법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3일 보도 자료를 통해 “2025 대선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권영국 후보는 협약식을 통해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6일 성명서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탈시설 방향으로 가겠다고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그 한계로 "이 후보가 '일률적으로 조기에 강제하는 것은 섣부르다'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탈시설을 주장하는 장애인 단체들은 한 번도 탈시설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조기에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 캠프에서 누군가가 후보에게 왜곡되게 전달했다면 그들이 바로 '이준석·권선동·오세훈'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회 중인 장애인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이 밖에도 장애인의 현안으로 장애등급제를 들 수 있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의학적 상태에 따라 장애의 정도를 1급부터 6급까지 나눈 정책이다. 장애인의 신체를 의학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측정하며 등급화하였고 이에 따라 등급별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문제와 개별적인 복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장연을 중심으로 장애인 단체는 1842일의 광화문 지하도 농성을 통해 장애등급제폐지를 주장해 왔고 이에 정부는 20197월 장애등급제 단기적 폐지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빈곤사회연대의 요구안에 따르면 20197월 정부는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서비스지원 종합 조작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한다. 종합조사는 종전 장애등급제가 유지되던 당시의 판정체계 보다 더 엄격하게 기능적 손상을 측정하고, 신체에 등급을 매기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신체기능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며 점수를 수치화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21대 대통령선거 빈민 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휠체어에 비춰진 장애인의 요구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

첫째,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중앙정부차원의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제도화해라.

자기 주도적 서비스를 위해 당사자 참여 절차를 마련하고 심사 불복 권한 및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지원하고 예산 확대를 통한 활동 지원 구간별 서비스 시간을 확대한다. 이 밖에도 대상자 및 개인별 서비스 시간을 확대한다.

활동지원사의 중증장애인 기피 문제 해소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체계를 개편하고, 65세 연령 제한 및 보전 급여를 폐지하고, 장애인활동지원 본인부담금도 폐지한다.

둘째,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 제정해라.

탈시설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으로 UN 장애인권리협약과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기 위한 국가 탈시설 로드맵정비가 필요하다. 신규시설 설치 금지와 신규입소 금지를 천명하고 공공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시설화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독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법 제정 등을 통한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해라.

광역 이동 교통수단의 이용·접근 보장 및 장애인 콜택시의 국가 책임 강화하고, 장애 유형을 포괄한 이동편의시설 및 전달체계 마련 등 서비스의 기준을 확립한다. 버스·택시·해운·항공·철도 등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및 도로 등에 대한 장애인의 이용·접근을 보장한다.

넷째, 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통한 교육권을 보장해라. 성인 장애인의 평생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독립적인 전달체계로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을 신설하고 장애인 평생교육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등 독립적인 전달체계 신설과 법안의 개정이다. 그리고 초··고등학교 모든 학교에 특수학급 설치 의무화와 접근권과 학습권 보장 등을 통한 장애인에 대한 교육권 보장한다.

다섯째,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 지원 특별법 제정해라.

최저임금법 제7조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전면 폐지를 통해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폐지한다. 중증장애인에게 권리 중심 공공 일자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전담 인력을 확보하며 노동자의 연속적·안정적 일자리를 보장한다. 이 밖에도 2023년 서울형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최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과 사업 수행 전담 인력 50명의 해고 철회 및 복직해라.

여섯째, 장애인건강법 실효성 있는 이행과 의료 접근권 및 건강권을 보장해라.

기존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범위를 광역으로 확대하고 역할을 강화하며 광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신규 설치한다. 이 밖에도 장애인 전담 의료 창구를 운영하고 장애인 의료기관 이용 이동 지원 및 간호·간병 통합병원 내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일곱째,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라.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포용·교육·고용·의료 등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주거지 중심의 일상생활 지원 및 의사결정 보조를 포함한 주거생활 서비스 모델을 마련하고,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보편화 및 확대, 시도별 발달장애인 위기가구 지원체계 구축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장애인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장애인복지 정책의 체질적 변화를 위한 입법과 예산 반영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집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 사진=최인기 빈민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