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호랑이보다 무서운 ‘입’

2025-05-29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뉴스클레임]  옛날에도 방콕족이 있었다. 독관(獨觀)이라는 처사가 그랬다, 인터넷 사전을 옮기면 처사(處士)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서 사는 선비.

독관이 방콕을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세상이 무섭기 때문이다. 토끼가 사냥개를 겁내는 것처럼 무서운 게 많았다. 10걸음을 걸으면 9걸음을 넘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방콕이었다.

충묵(沖默)이라는 선생이 어느 날 그런 독관을 찾아와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나는 그대와 달리 무서운 게 없다. 하늘의 위엄도 안 무섭고, 임금의 부귀도 안 무섭고, 불량배의 주먹도 안 무섭고, 호랑이의 으르렁거림도 안 무섭다.”

마치 약을 올리려는 것처럼 들렸다. 독관은 충묵에게 따졌다.

그대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구나. 하늘이 노하면 뇌성벽력이 일고,임금이 노하면 눈서리가 내리고 벽력이 일어나며 멸족의 재앙이 내리는 것이다.불량배가 설치면 대낮에 살인이 일어나고 저잣거리는 피바다가 된다.호랑이가 이빨을 갈고 발톱을 울리면 누구라도 기가 질려서 얼이 빠지니.”

충묵이 그런 독관의 말을 막았다.

내가 하늘을 속이지 않으면 하늘이 위엄을 부리지 않을 것이고, 임금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 노하지 않을 것이다. 불량배가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대로 말리면 나를 건드릴 까닭이 없다. 호랑이가 굴을 빠져나오면 함정과 그물이 있는데 뭐가 무서운가.”

그러자 독관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무서워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서워하는 게 있는가, 없는가."

충묵이 대답했다.

물론 있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나의 턱 위, 코 아래에 붙어 있는 물건이다. 입술이 붙어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문()과 같은 물건이다. 바로 입이다.“

충묵은 말을 계속했다.

입을 두려워하고, 입을 삼가면 처세하는 데 아무런 탈이 없다. 입은 몸을 망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옛 성인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입을 두려워했다.“

고려 때 선비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쓴 외부(畏賦)’라는 글에 나오는 얘기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입을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6·3 대선사전투표를 코앞에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언어폭력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3TV토론에서 한 젓가락발언이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스스로 이재명을 꺾을 다윗을 자처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준석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타이밍에 나온 언어폭력이다.

민주당은 아이들까지 지켜보는 생방송 토론현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낸 저열한 언어폭력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 선거 후보로 시민 앞에 선 자리에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그 의도가 어떠했건 간에 시민 모두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이규보의 입조심이다. 이 후보는 어쩌면 가 좀 깎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