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칼럼] 차도살인이고 이이제이일까?

2025-06-09     박상률 작가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옛 중국의 병법 ‘三十六計’ 중 이기는 방법(勝戰計) 세 번째인 借刀殺人(차도살인). 차도살인은 말 그대로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이는 것.

삼국지연의에서 굳이 차도살인을 찾자면 촉나라의 관우가 번성을 치는 틈을 타 위나라가 오나라를 움직여 형주를 차지하게 하고 두렵기 짝이 없던 관우까지 사로잡게 한 일. 

차도살인은 한 오랑캐를 들쑤셔 다른 오랭캐를 누른다는 以夷制夷(이이제이)와 비슷한 의미로 볼 수도 있을 듯.

이재명 정부의 민정수석과 정무수석 임명을 두고 적격자인지 아닌지 갑론을박이다. 두 수석의 임명에 임명권자의 깊은 속뜻이야 알 길이 없지만, 두 사람의 전적과 행태를 떠올리니 차도살인과 이이제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입에 들썩거렸다. 

어떻든 문재인 정부 때처럼 머뭇거리지 말고 초기에 힘 있을 때 개혁을 하기만 바랄 뿐.

머뭇거리면 ‘내란 잔당’들이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다시 기어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 잔당’들이 되레 설치지 않았던가.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 공학 달인답게 3당 합당해서 민자당을 출범시켜 기어코 대통령이 되었지만 알만한 사람 모두 다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취임 초기에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해체 시키자 인기가 아주 높아졌다. 그때 그는 참모들에게조차 ‘놀랬지?’하며 뻐겼나 어쨌다나.

나중에 그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불러 대다수 국민들을 힘들게 해버려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히고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는 군부의 사조직인 하나회는 없앴다.  

국민주권정부 초기에 지난 정권의 무도함에 희생된 많은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내고 검찰, 법원, 경찰, 원전, 부동산, 언론, 남북 관계, 한일 관계, 한미 관계 등의 ‘막장’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정권 초기에 머뭇거리면 도처에서 벌이는 저항을 막아내지 못하고, 어떤 부분에선 적폐의 대상과 되레 한통속이 돼버리기도 한다. 

내 깜냥에도 인사가 양에는 안 차지만,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기우로 그치기를 바라며 나는 이제 일상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