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조조와 이재명
[뉴스클레임] ‘삼국지’ 이야기다.
조조가 어느 봄날 군사들을 이끌고 원정을 나갔다. 들판에는 수확기에 접어든 밀밭이 펼쳐져 있었다. 농민들은 군대 행렬 때문에 감히 수확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농민들에게 조조가 말했다.
“나는 황제의 명을 받고 역도를 토벌하러 가는 길이다. 그대들의 농사를 방해하는 일이 절대로 없게 할 것이다.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조조는 그러면서 군사들에게도 명령했다.
“절대로 밀밭을 밟으면 안 된다. 명령을 어기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조조의 명령에 따라 군사들은 조심스럽게 행군했다. 기마병은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천천히 전진했다. 말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런데 난데없이 꿩 한 마리가 조조의 말 앞에서 날아올랐다. 말은 깜짝 놀라면서 밀밭으로 뛰어들었다. 조조가 탄 말은 놀라기 잘하는 ‘안생마(眼生馬)’였다. 조조는 본의 아니게 밀밭을 밟은 것이다.
조조는 부하 장수에게 즉시 자신의 목을 베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조를 처벌할 수는 없었다. 지시를 거부했다. 그렇지만 조조는 엄격했다.
“나 자신이 법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것을 어겼으니 어떻게 군사들을 지휘할 수 있겠는가.”
조조는 칼을 뽑아 자신의 목을 치려고 했다.
부하가 그런 조조를 간곡하게 말렸다.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이라고 했습니다. 존귀한 사람에게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어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조조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뽑았던 칼로 자신의 목을 치는 대신 머리카락을 잘랐다. 상투를 벤 것이다. ‘이발대수(以髮代首)’였다.
조조는 그러면서 “머리카락으로 목숨을 대신하겠다”며 장대에 묶어 군사들에게 돌렸다.
당시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중벌’이었다. 조조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처벌하고 있었다. 전투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법을 지키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갔다면 권위가 추락, 군사들이 따르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조조의 ‘리더십’은 달랐다.
이 조조의 ‘법불가어존’ 비슷한 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무기한 연기’다. ‘헌법 84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가 권능을 포기했다, 법 앞의 평등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삼권분립이 무너졌다는 등등이다.
옹호론도 빠지지 않고 있다. 헌법 84조는 현직 대통령의 직무 안정성을 위한 조항으로 재판중지는 당연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조조의 리더십’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법원의 해석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당면 현안인 나라 경제를 확실하게 살리는 방법 등을 제시해도 괜찮을 것이다.
대선을 방금 치렀는데,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또 ‘선거 모드’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국제 망신’은 둘째치고,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꼴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