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2위 물가, 소득은 21위… 감당되나

2025-06-18     문주영 편집위원
픽사베이

 

[뉴스클레임]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학창시절에 우리가 익힌 양사언(楊士彦 15181584)의 시조다.

오래전, 이 시조에 물가를 빗댄 풍자 시조가 있었다. 물가는 치솟기만 하는데 월급은 제자리인 현실을 읊은 자조적(自嘲的)인 시조다.

물가가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벌고 또 벌면 문제가 없을 것을/ 사람이 돈 벌지 아니하고 물가 탓만 하더라.”

이 넋두리를 숫자로 받쳐줄 만한 자료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다.

우리나라의 음식료품 물가가 2013년 현재 OECD 38개 국가 가운데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OECD 평균을 100이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가격이 147이라고 했다. 우리 음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보다 47% 비싸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163으로 평균보다 63%나 높았다. 일본 126, 프랑스 113, 미국은 94, 영국은 89라고 했다.

넋두리 시조처럼, 돈을 벌고 또 벌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은 그렇지 못해서 문제다. 같은 2023년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35563달러로 21위에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21위 수준의 소득으로 2위의 물가를 감당하는 셈이다. 먹을거리 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소득 역시 버거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평균이 이렇다. ‘양극화가 간단치 않은 대한민국에서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먹고사는 게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

박봉으로 외식물가가 겁나는 월급쟁이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편도족이다. 퇴근 후에는 잔술이다. ‘한 병이 아닌 달랑 한 잔을 걸치고 귀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혼밥혼술을 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소통 단절이다. 혼자 밥을 먹으면 직장 동료 등과 소통을 할 기회가 아무래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조직문화를 해치고, 기업의 발전에도 마이너스요인이 되고 있다.

서민들이 어려운 이유는 그러고도 더 있다.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이 추계한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9287000억 원으로 얼추 2000조 원에 이르고 있다. 작년 말의 19259000억 원보다 28000억 원 늘었다는 통계다.

소득이 넉넉하면 빚이 많아도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별로 늘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빚을 갚을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빚을 얻어서 기존 빚을 갚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결과 가계 빚은 쌓이고 있다. ‘쥐꼬리 봉급으로 은행 이자 물기도 급급해진 것이다. ‘넋두리 시조를 읊을 당시에는 가계부채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는지, 빚 걱정은 빠져 있었던 듯했다.

이재명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갰다고 했다. ‘차등 지원을 하면, 저소득층은 조금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가계빚까지 고려하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