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일' 고통의 최장기 고공농성… "땅 딛는 길, 이재명 정부가 내야"

보건의료계, 고공농성 문제해결 촉구 "생사 건 고공농성, 이재명 정부가 해결해야"

2025-06-20     박명규 기자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건강 위기, 이재명 정부의 긴급해결 촉구 기자회견'. 사진=보건의료단체연합

[뉴스클레임]

128일과 530일.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의 고공농성 기록이다. 광고탑 위에서, 공장 위에서 세종호텔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상대로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동료들은 물론 직접 진료하고 상담해온 의료인들과 심리상담사들은 두 사람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간호사, 약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심리상담사, 보건의료 노동자, 학생, 보건의료 연구자·활동가들은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내고 있는 박정혜, 고진수의 호소에 빨리 응답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에 한국옵티칼·세종호텔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계는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농성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보건의료계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자 박정혜가 있는 구미 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은 불에 탄 채 서 있고, 공장 위 농성장 바닥 온도는 40도가 넘는다. 노동자 고진수가 올라 선 세종호텔 도로변 하늘 위 농성장은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려 제대로 설 수조차 없어 기어서 움직여야 하는 참혹한 투쟁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또 "동지들의 연대가 있다 해도, 홀로 버텨내야 하는 물리적 하루 하루는 생존의 조건과 존엄, 사회적 연결망을 송두리째 박탈한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물리적 조건이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유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는 "두 노동자의 몸이 감내해야 하는 고온의 땡볕과 거센 바람, 피하지 못하는 비와 소음과 매연은 이들의 몸을 매일 갉아먹고 병들게 한다. 그 근본 원인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인 부당해고와 노동탄압이다"라며 "이재명 정부는 부당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박정혜, 고진수 두 노동자들의 투쟁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소년공 출신임을 강조해왔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은 최소한의 노동자 생존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려 노력할 것이라 기대하며 지지를 보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과 대중의 투쟁이 없었다면 쿠데타 세력을 물러나게 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노동자가 땅을 딛는 그 길을 이재명 정부가 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모든 긴급한 해결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수위를 대신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는 그 무엇보다도 목숨을 건 고공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동은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전날 고공 농성장을 찾아 박정혜 부지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장시간 햇볕을 쬐어서인지 얼굴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팔다리 피부가 따가운 증상도 호소했는데 내리쬐는 자외선에 의한 염증 반응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고공 농성이 500일 이상 지속되며 심리적 고통이 커지는 점이다. 고공에서는 잠들기도 어렵지만, 겨우 잠들어도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에 자주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하늘 감옥’에서 해고 노동자가 500일 넘게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속히 땅을 밟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5만명 이상 동의한 ‘청문회’ 등을 통해 해고 노동자가 고공을 향하게 만든 원인에 관심을 보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되기 전 박정혜 부 지부장이 땅을 밟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