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대통령과 늘그막
[뉴스클레임]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하루의 해가 저물어도 노을은 오히려 아름답다. 한 해가 장차 저물려고 해도 귤 향기는 더욱 꽃답다. 그러므로 일생의 말로인 만년(晩年)은 군자가 마땅히 정신을 100배(百倍) 할 때다.”
늘그막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얘기다. 젊은 날이 아무리 화려했어도 늘그막에 구름이 끼고 안개가 덮인다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채근담’은 지적하고 있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는 늘그막을 보라고 했다. 참으로 명언이다(看人只看後半截 眞名言也).”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1869∼1951)도 비슷하게 말했다.
“늙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일은 아름답게 늙어 가는 것이다.”
늘그막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동서고금이 다를 수 없다.
그런데 늘그막이 별로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 생기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정확하게는 윤 전 대통령 부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윤 전 대통령은 결국 ‘포토라인’을 지나고 있었다. 출석 모습이 공개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지만, 특검팀은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방식의 출석을 고수할 경우, 소환 불응으로 간주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는 압박까지 했다고 한다.
언론에 공개된 윤 전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않은 듯했다. 언론 보도도 ‘굳은 표정’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우롱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는 내란 수괴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휠체어 퇴원’이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우울증으로 입원했는데 휠체어를 타고 퇴원해 의아하다”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고 있었다. “재벌 회장, 높은 정치인, 또는 그에 상응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사 대상이 됐을 때 그런 모습을 자주 연출했던 것 같다”며 김 여사도 그런 의도가 아닌지 비판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는 기사에서 “한국 법원은 재벌이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경영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 여사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의 소환 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서민들은 입원실 잡기도 쉽지 않다는 등의 비판이었다. 그랬는데, ‘휠체어 퇴원’이다.
윤 전 대통령의 늘그막은 어쩌면 ‘아름다운 노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하기 어렵게 생겼다. 망신살이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본인 혼자뿐 아니라 부부가 함께 망신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망신당하는 것은 나라 망신일 수밖에 없다.
‘채근담’으로 시작했으니, ‘채근담’으로 끝내자.
“세상을 뒤덮을 만큼 큰 공로도 ‘자랑 긍(矜)’ 한 글자를 당해내지 못한다. 하늘에 가득 찰 만큼 큰 죄도 ‘뉘우칠 회(悔)’ 한 글자를 당해내지 못한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뉘우치고 바로잡아야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