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 노동자 사망, 이제 일상인가
SPC(회장 허영인)그룹 계열사 사망사고는 대서특필, 현대건설(대표 이한우)·삼성물산(대표 오세철) 노동자 사망사고는 관심 밖?
[뉴스클레임]
건설현장에 잇따른 사망사고로 안전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대표 이한우)이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굴착기에서 떨어진 낙하물에 맞았다. 그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1시께 숨졌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중대재해 사망 사고다. 지난 3월 14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4구역 철거 현장에선 건물 붕괴로 작업자 1명이 숨졌다. 다음 날에는 경기 파주시 힐스테이트 더운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잔해물이 떨어져 근로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대표 오세철)이 시공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P4) 신축 현장에서도 협력업체 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 43분께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P4 신축 현장에서 배관팀 협력업체 소속 50대 여성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2시간 만에 사망했다.
심지어 지난해 1월 같은 P4 부지 내 타 건설사 시공 구간에서 50대 노동자가 배관 연결 작업을 위해 이동하다가 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해당 건설사 책임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도 광주시 역동 공사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3시 25분께 경기도 광주시 역동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에서 러시아 국적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 20여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정부도, 건설사들도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부는 건설 현장 사고를 줄이고자 책임성 강화, 설계 기준 개선, 감리 강화, 추락 사고 예방 대책 마련 등 10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건설사들은 추락사고 및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대표이사가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현황도 점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으니, 안타까움이 더 크다.
건설사 노동자 사망은 '명백한 인재'이며, 건설 현장에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 근로자 준법 의식 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꾸준한 관심도 얹어야 한다. 과거에도, 현재도, 우리는 건설 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 잃었다. 하지만 SPC(회장 허영인) 빵집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면 뉴스에 대서특필 되는 반면, 건설사 사망사고는 몇 줄만 등장하고 만다. 해당 건설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도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똑같은 '인재'다. 일상이 아니다. 건설사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후속 조치 등이 빠지지 않고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