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기 칼럼] ‘수입 철강’으로 올린 트럼프 빌딩
[뉴스클레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대폭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 3월,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2개월여 만에 갑절로 더 올리겠다는 서명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철강제품의 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었다. ‘미국의 철강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이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빌딩은 값싼 외국산 철강제품을 수입해서 지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부동산 재벌’답게 엄청난 양의 외국산 철강으로 빌딩을 올렸다는 ‘폭로기사’였다.
이에 대한 ‘트럼프 캠프’의 해명은 “시장 논리를 따랐을 뿐”이었다. “트럼프가 수입한 게 아니라, 건설업체와 하청업체가 그렇게 한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트럼프는 관세를 올려도 그 부담은 ‘남의 것’인 듯했다. ‘억만장자’에게 관세 부담 따위는 ‘그까짓 푼돈’일 텐데도 그랬다.
하지만, 미국의 서민 소비자들은 관세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관세를 부과하면 제품값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물가 전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에서 파는 중국산 제품가격이 미국의 물가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조사가 있었다. 1407개 중국산 제품 가운데 475개의 가격이 올랐는데, 가정용품과 가구, 전자기기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또, 오르는 속도도 5∼6월 들어 더 가팔라졌다고 했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유모차가 97%, 인조식물과 우산, 서류 캐비닛, 진공 플라스크는 96%, 폭죽은 95%나 된다고 했다. 푹죽의 경우, 관세에 막혀서 내년 미국 건국 기념행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 같다고도 했다.
장난감의 점유율도 70%에 이르고 있다. 관세 때문에 아이들에게 장난감 사주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이달부터 미국 판매가격을 2%가량 올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동안 관세 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흡수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제 자동차를 좋아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생겼다.
여기에다,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올해 상반기에만 10.8% 떨어지면서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달러값이 낮아지면 수입할 때 그만큼 많은 달러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14개 국가에 ‘관세 서한’을 보내고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지정한 서한이라고 했다. “우리의 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상호주의와 거리가 멀었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보낸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서한을 받은 나라들은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반갑지 못할 소식일 수밖에 없다. 관세가 미국의 소비자가격을 더욱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서한’에 대한 실망감으로 미국 증시에서 주식값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낸 사실이 입증해주고 있다.